[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가운데, 본국의 일자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독일 아우디의 미국 공장 투자계획을 둘러싼 반발은 관세 대응을 위한 현지화가 기존 생산 거점의 고용 문제와 충돌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페리의 가디언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게르노트 될너 아우디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7일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우디는 미국 조지아주에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첫 현지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간 최대 20만대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고 약 4500명을 고용한다는 구상입니다. 내년 착공해 2030년대 초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모회사인 폭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의 최종 승인이 필요합니다.
아우디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와 달리 미국에 완성차 공장이 없어 현지 판매 차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관세 관련 비용만 약 12억유로에 달했습니다. 반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미국에서 SUV를 생산하고 있어 관세 부담을 일부 분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아우디로서는 미국 현지 생산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지만,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독일 노동계와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게르노트 될너 아우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참석해 투자계획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우디의 투자계획을 관세정책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는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독일 최대 금속노조인 IG메탈은 될너 CEO가 기업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위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우디 행동강령은 선거 전 3개월 동안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나 정당과의 공개 행사 참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에 될너 CEO는 미국 공장 설립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독일 정치권에서도 미국 시장 공략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국의 일자리와 생산 기반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폭스바겐의 주요 주주인 니더작센주의 올라프 리스 총리는 정치 유세장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독일 내 일자리를 걱정하는 직원들의 불안을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의 배경에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고용 불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폭스바겐그룹은 중국 시장 부진과 전기차 전환 비용, 관세 부담 등에 대응해 기존 계획을 포함한 총 10만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추가 구조조정 방향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감원 대상과 실행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아우디의 네카르줄름을 비롯한 독일 공장 4곳은 2030년대 초 이후 후속 생산 물량 확보가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독일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과 생산능력 조정을 추진하는 와중에 미국에서는 4500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셈입니다. 관세 대응을 위한 미국 투자가 독일 노동계에는 자국 생산 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입니다.
관세와 통상 환경 변화에 맞춰 생산 거점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다른 완성차업체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최대 25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하이브리드차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반면 캐나다에서 추진하던 약 11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투자 프로젝트는 무기한 중단했습니다. 혼다의 미국 신규 공장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노리야 가이하라 혼다 부사장은 “북미 생산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도 “향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투자 방향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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