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억울하게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의 눈물을 끝내 외면한 사법부의 판단 앞에 참담함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상병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징역 3년이 확정되자, 채상병의 부모가 강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유족은 “피고인들의 중대한 책임에 비해 형량이 국민과 유가족의 눈높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며 사법부를 원망했습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10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군형법상 명령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사단장의 상고심에서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상현 전 7여단장과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에게는 각각 금고 1년6개월, 장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확정됐습니다.
이는 채 해병 특검의 1호 기소 사건으로, 2023년 7월19일 채 해병 순직 사고가 발생한 지 3년3개월 만에 나온 결론입니다. 임 전 사단장은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대원들에게 실종자 수색을 지시해 채 상병을 숨지게 하고 다른 대원들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습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금고 1년~2년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법원은 채상병 순직 사건은 수색 성과를 앞세운 무리한 지시에서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고 전날 육군 50사단 측은 기상 상황을 고려해 육군 부대가 철수한다며 해병대에도 철수 여부를 판단하라고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첫날부터 사기 떨어지게 중단하면 안 된다”며 수색을 계속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같은 날 저녁 화상회의에서도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며 적극적인 수색을 강조했습니다. 또 손을 가슴 높이까지 올리며 가슴장화를 추가로 확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난 5월 1심은 이 같은 임 전 사단장의 과실과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그동안 군 작전 수행 과정에서 장병이 목숨을 잃었으나 말단 지휘부에 책임을 물리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며 “이 사건은 다르다. 상급 지휘관이 책무를 소홀히 한 '부작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한 상황에서 이를 가중하는 지시를 한 '작위' 결과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항소심은 1심이 유죄로 본 임 전 사단장의 일부 명령 위반 가운데 철수 지침 이후 수색을 강행하도록 한 부분을 '이유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무리한 수색 지시를 내리고 안전 조치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무겁다며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유지했습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특검은 선고 직후 “법원은 1심부터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상급 지휘관들의 무리한 지시에 있다고 보았다”며 “지휘 권한을 행사한 사람은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이 이 판결로 분명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장병의 안전이 지켜지는 군, 책임이 끝까지 가려지는 나라. 채수근 대원의 순직 앞에서 우리가 확인한 이 약속을 지켜내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