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선영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가 이사회 의결에 앞서 인수합병(M&A) 발표 예상 시점을 공개해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이사회 의결 전 이뤄진 발언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7일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경영대학원 설립 60주년 기념 특강 '글로벌 자본시장, 다음 세대의 도약 그리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길'에서 "내일(28일) 오후쯤 미래에셋 M&A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박 회장은 당시 구체적인 인수 대상이나 거래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박 회장은 이어 "중국 본토에서 추진 중인 M&A가 아마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또 다른 해외 M&A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후 박 회장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M&A 대상이 아시아권 증권회사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28일로 언급했던 발표 시점과 관련해서는 이사회가 오는 29일 열린다고 정정했습니다.
한국거래소(KRX)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15조 제1항 제4호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주요 경영 사항과 관련해 신고 시한이 지나지 않은 정보를 특정 대상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할 경우 공정 공시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KRX는 이사회 결의 등이 이뤄지지 않아 신고의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나 계획 단계의 사실도 이에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언론사가 보도를 목적으로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에 응해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공정 공시 적용 예외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회사가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 당시 발언 경위와 정보 제공 방식도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공정 공시 의무가 발생하려면 △공시되지 않은 중요 정보인지 △박 회장이 공정 공시 정보제공자에 해당하는지 △규정상 정보제공 대상자에게 전달됐는지 △선별적인 정보제공에 해당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이미 시장에 공시된 정보의 경우 공정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기업지배구조와 공시 관행 측면에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아직 해당 M&A에 대한 이사회 최종 의결과 정식 공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 그룹 회장이 거래 관련 내용을 외부에서 먼저 언급했다는 점에서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법적인 공시 위반 여부와 별개로 이사회 의결에 앞서 M&A 발표 시점을 언급한 만큼 말실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향후 이사회 결정이나 정식 공시 내용이 앞선 발언과 달라질 경우 대외 평판 측면에서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미래에셋증권(006800) 측은 관련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특정 회사나 거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 공시 예정을 단순히 언급한 정도의 내용"이라며 "이사회가 끝나고 정식 공시가 이뤄지면 회사에서 명확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27일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일본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9월23일 재공 시에서도 일본 리테일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증권사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박 회장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입장 표명을 피했습니다.
한편 미래에셋은 그동안 M&A를 주요 성장 전략으로 활용해왔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5년 옛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2016년 인수를 마무리하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2011년 캐나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호라이즌 ETFs를 인수했고, 2018년에는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를 품으며 해외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보험 부문 역시 M&A를 통해 성장했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은 2005년 약 1600억원을 들여 SK생명 지분 대부분을 인수한 뒤 미래에셋생명을 출범시켰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후 2016년 PCA생명 지분 100%를 1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2018년 합병을 마무리했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다음 세대의 도약 그리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길'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선영 기자 line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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