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AI 전력난’에 구원투수 부상…공론화 ‘속도전’ 필요성
AI 데이터센터·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전력 소모량 급증…노후 원전 재활용
정부 공론화 절차…“규모도 논의해야”
2026-10-28 15:11:02 ㅣ 2026-10-28 15:28:15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수요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자력발전소가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기존 석탄 등 화석연료보다 탄소중립에 효율적인 데다 미국·유럽 등 주요 경쟁국들이 잇따라 탈원전을 철회하거나 원전 추가 도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힙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론화 위원회가 논의에 속도를 내 원전의 적정 규모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산 기장군의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 (사진=뉴시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7일 부산 기장 고리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계속운전 허가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1985년과 1986년 가동을 시작한 두 원전은 각각 2024년 9월과 2025년 8월 설계수명이 끝났지만, 이번 허가로 2034년 9월과 2035년 8월까지 각각 10년간 계속 가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부는 이미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활용 범위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원전 공론화가 12월 초·중순쯤 마무리될 것”이라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국회에 보고하려면 12월 말이나 1월 초쯤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논의는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AI 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필요한 전력 공급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 역시 원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무탄소 전력을 요구하면서 기존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입니다. 반면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재생에너지와 달리 날씨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기후부 역시 공론화 과정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중요한 과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원전 공론화 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 주요국들도 원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원전 8기 건설 등을 포함한 총 1200억달러(약 160조원) 규모의 협력 구상을 마련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 에너지 정상회의에서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한 저탄소 에너지원을 포기한 것은 실수였다”며 에너지 정책 전환을 시사했습니다. 에너지 부족과 AI발 전력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국제사회도 탈원전에서 원전 활용 기조로 돌아가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공론화 과정에서 원전의 필요성을 넘어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까지 속도감 있게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원전 5기분의 전력을 소모하고 반도체 클러스터는 10기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중”이라며 “재생에너지 계획도 나온 만큼 원전 역시 얼마나 필요한지 미니멈(최소치)을 정해놔야 약속한 일들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특히 변동성 없이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게 원전인 만큼 공장에 들어갈 때 얼마나 들어갈지 봐둬야 한다”며 “원전이 몇 개 있고, 얼마나 더 필요할지 공론화 과정에서 함께 나와줘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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