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I라는 보건산업의 양날의 칼
기업 도움 안 되는 무딘 칼 안 되려면 실효성 높은 지원 필요해
2026-11-03 06:00:00 ㅣ 2026-11-03 06:00:00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국내 헬스케어 분야가 적극적으로 인공지능(AI) 적용을 추진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핵심 기업들은 여전히 스타트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상위 기업들은 여전히 외국계가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AI 적용 영역도 협소해 높은 부가가치가 예상되는 AI 신약 개발 등 분야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실효성 높은 국가 주도의 집중 육성 전략이 요구된다. 
 
최근 국내 한 주요 의료 AI 기업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해외시장 진출 및 영업도 활발하고, 매출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소 의아한 결정이었다. 속내를 들어보니 글로벌 AI 의료기기가 국내 병의원을 자리 잡은 상황에서 기술력으로 경쟁한들 경쟁이 되질 않는다는 ‘웃픈’ 현실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은 늘어도 적자는 계속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자, 주가는 곤두박질치니 버텨낼 재간이 있겠냐는 기업의 하소연이 일견 공감됐다. 또 다른 상위 기업은 급여 등 운영비를 장기간 대출로 메우고 있다고 했다. 이들보다 작은 규모 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할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지난 2023년 3억7700만달러(약 5500억원)에서 연평균 50.8%의 성장률을 기록, 오는 2030년 66억7200만달러(약 9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극적인 수치 변화이지만, 실상은 장밋빛 낙관에 불과하다. 일단 시장 규모 자체가 모두 전망치로, 올해 우리 의료 AI 산업 전체의 확장 시장 규모조차 확정된 수치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 과제에 ‘의료 AI·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포함시키며 헬스케어에 대한 AI 대전환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의료 빅데이터 연구 공개 확대, 의료데이터 중심 병원 사업, 관련 예산 확대 심의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올해 7월에는 ‘AI 기본의료전략’을 설계해 진료 분야의 AI 적용을 예고했다. 관건은 데이터 접근성, 수가 등 보상 체계, 병원 도입 등이다. 곳곳에서 암초가 발견된다. 방향은 비교적 긍정적이지만 예산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일례로 의료 AI 산업 증액분은 1100억원에 불과하다.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1일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물론 선언문은 말 그대로 소위 ‘추구미’이지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한다는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선언문 자체도 보건의료 분야의 AI 확산과 혁신을 위한 추진 방향은 비교적 구체적인 반면, 위험 통제와 피해 구제는 선언적 수준이나 모호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이를 지적하자 돌아온 말은 “AI는 칼처럼 위험이 있을 수 있지만 잠재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잠재력. 다만, 무딘 칼로 자를 수 있는 것은 없다. 말마따나 장차 AI가 보건의료 및 산업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리란 기대는 기정사실처럼 돼버렸다. 우리나라는 그중에서도 앞서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이제 계획을 수립한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글로벌 헬스케어 AI 경쟁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기업에 실제 도움이 되는 AI가 도입돼야 한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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