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 탄력이 둔화하고 전방 세트의 원가 저항이 감지되면서 코스피 지수 상단을 제한할 변수로 꼽힙니다. 인텔과 알파벳의 역사적 폭락 이후 주말을 거쳐 열린 국내장은 되레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FCF) 악화와 메모리 원가 상승 부담이 상존하고 있어, 코스피는 당분간 추세적 상승보다 박스권 등락 및 지지력 테스트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 넘게 오른 5800선을 기록했습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5%대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직전 거래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급락과 코스피200 야간선물 하락으로 개장 전 하방 우려가 컸으나, 장중 강한 하방 경직성을 확인하며 수급에 반등 기대감이 작용한 모습입니다.
이는 그간 미국 증시가 랠리를 펼칠 때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한국 증시의 선조정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앤트로픽 등 미국 대형 AI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현금 확보 차원에서 출회됐던 국내 반도체 차익실현 매물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오히려 미국 빅테크 주가 급락으로 AI 모델 기업들의 상장 밸류에이션 고평가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에 글로벌 기관들의 공모주 대기 자금이 상대적으로 실적 가시성과 저평가 매력이 있는 국내 반도체주로 조기 유턴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이날 반등만으로 국내장이 저점을 통과했다고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역대급 반도체 수출 지표와 장중 저가 매수세 유입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 탄력 둔화와 전방 세트 업체의 원가 저항이 증시 상단을 무겁게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역대급 실적에도 성장세가 감속했습니다.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9월 602억9500만달러(전년 동월비 +262.8%)에서 10월 564억3800만달러(+259.4%)로 전월 대비 6.4%(약 38억6000만달러) 감소했습니다. 수출 실적을 견인해 온 메모리 고정거래가격의 오름폭도 둔화했습니다. DDR5 16Gb 고정가격은 지난 6월 40.0달러에서 7월 45.0달러로 전월 대비 12.5% 급등했으나, 8월 46.5달러(+3.3%), 9월 48.0달러(+3.2%), 10월 50.0달러(+4.2%)로 상승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습니다. 구형인 DDR4 8Gb 가격도 지난해 4분기 8.1달러에서 올해 1분기 12.5달러, 2분기 19.0달러, 3분기 25.0달러로 가파르게 뛴 뒤 10월에는 27.5달러로 상승폭이 줄었습니다. 낸드(NAND 128Gb) 고정가격은 6월 28.8달러, 7월 30.1달러(+4.5%), 8월 30.48달러(+1.3%)를 거쳐 9월 30.61달러(+0.4%)에 도달한 후 10월에도 30.61달러(0.0%)에 머물며 보합 국면입니다.
메모리 단가 상승세가 주춤한 배경에는 전방 IT 세트 업체들의 원가 저항과 빅테크의 현금흐름 경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텔은 3분기 실적 개선에도 4분기 매출 전망치(150억~160억달러)와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38.0%)를 낮게 제시해 주가가 하루 만에 28.6% 폭락했습니다. 알파벳은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103% 늘었으나 분기 설비투자가 513억달러로 불어나며 주가가 12% 급락했습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인텔은 높은 메모리 가격이 PC 수요를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메모리 판가 상승은 국내 업체의 단기 실적에 긍정적이지만, 수요 위축으로 PC 출하량이 감소할 경우 범용 D램과 낸드의 판매량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강재구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PC 사업 악화와 서버 CPU 생산 차질은 개별 기업의 공급 및 수익성 문제”라며 “클라우드 업체들의 투자 회수 우려는 AI 인프라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 효율성 문제다. 두 가지가 같은 시기에 부각됐다고 해서 인텔의 실적 부진이 AI 반도체 수요 둔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글로벌 AI 인프라 수요가 하방을 받치고 있지만, 낸드 단가 정체와 전방 세트의 원가 저항이 확인된 만큼, 앤트로픽 상장 전후 출회된 외국인 수급 회귀 여부가 코스피 박스권 상단 돌파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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