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금융사 CEO 사라진 국감...이억원·이찬진 검증만
2025-10-27 19:00:00 2025-10-27 19:35:17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올해 금융권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은행·증권사 등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들이 증인·참고인 명단에서 대거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국감 데뷔전으로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정작 금융사의 입장을 본질적으로 검증할 기회가 없는 '맹탕 국감'으로 종결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요 증인 줄줄이 철회
 
27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감을 마지막으로 금융권 국감이 막을 내렸습니다. 금융부처와 금융기관을 소관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출석에 응한 민간 금융사 CEO는 총 5명으로 파악됐습니다. 14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광일·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를 시작으로 21일 김윤석 신협중앙회장입니다. 
 
당초 20일과 21일에 각각 오경석 두나무(업비트) 대표와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국감 날짜에 임박해 증인 채택이 취소됐습니다. 메리츠금융은 본래 21일 출석할 계획이었는데 당일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상호금융까지 포함한 범금융권으로 넓히면 올해 국감에 등장한 금융사 CEO는 총 7명으로 추려집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도 지난 24일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NH투자증권)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소환했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6개 손해보험사는 주요 상임위인 정무위가 아니라 비금융권 상임위에서 증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농해수위는 14일 국감에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이석현 현대해상 대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를 참고인으로 소집했습니다. 24일 국감엔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을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도 지난 14일 DB·KB손보 대표와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를 일반 증인으로 출석을 요청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러나 이들의 증인은 소환이 끝내 철회돼 출석을 피했습니다. 증인을 신청했던 의원들은 하나같이 '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등 입장을 소명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의원실 개별 소명에 그쳐 본질적인 검증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증권사 대표들은 증인 명단에 거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자본시장 공정거래와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최근 금융권 대규모 해킹 사태와 홈플러스 사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시선이 분산된 것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감 출석이 요구된 문제에 대해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개선 방안을 제시해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면서도 "별도의 소명을 이유로 증인을 철회하는 것이 관례화되는 점과 전체 금융업을 감시하는 국회 고유의 기능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억원·이찬진, 다주택·갭투자 질타
 
주요 금융사 CEO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번 금융권 국감은 사실상 금융당국 검증 무대로 압축됐습니다. 이재명정부의 두 금융당국 수장의 첫 국감 데뷔전인 동시에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았던 이 원장의 첫 검증대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두 수장의 주택 거래와 관련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중적 행태를 보였단 비판이 거셉니다. 
 
이 원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입니다. 2002년 최초 매입한 이후 2019년 12월 같은 아파트 내 한 채를 추가 구입했습니다. 2주택 외에 상가 2채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아파트는 현재 호가 20억원대로 형성됐다고 전해졌습니다. 
 
이 원장은 21일 국감에서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두 달 안으로 (다주택을) 정리하고, 보유한 아파트 중 한 채는 자녀에게 양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과 배우자 명의로 구입한 아파트에 자녀를 거주하게 하면서 증여세를 피해가려는 꼼수가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원장은 "가족들이 (두 채에) 공동 거주하고 있고 다 같이 쓰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추가로 구매한 아파트 한 채가 원래 자녀가 창업해 작업실로 쓰던 곳인데 코로나로 1년 만에 폐업을 하게 됐다"며 "저희 집사람이 웨딩 디자이너인데 작업 공간과 아이들 학습 공간, 제 서재로 같이 쓰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강 의원은 이날 종감에서 주택을 처분하면서 자녀에게 양도하겠다는 점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대처라고 재차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 원장은 "많은 국민이 주택으로 고통받는 중에 부적절한 행동이었고, 공직자로서 사과드린다"며 "현재 주택 한 채를 부동산에 내놓은 상황이며, 이를 자녀에게 양도하지 않고 처분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아빠 찬스'란 비판이 거세자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를 갭투자로 매입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과거 2005년 미국투자공사 파견 직전 재건축을 앞둔 서울 개포주공 3단지 노후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당시 전세를 끼고 3억5000만원의 대출을 실행했습니다. 이후 실거주 없이 보유하다가 2013년 제네바 유엔대표부 파견을 앞두고 5억4500마원에 매각해 2억원대 차익을 남겼습니다. 같은 시기 또다시 전세를 끼고 개포주공 1단지를 8억5000만원에 새로 매입했습니다. 재건축이 완료된 후부터 실거주 중이며, 현재 아파트 시세는 4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이 위원장을 향해 "부동산 처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압박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해외에 나갔기 때문에 국내에 체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기획재정부 세종 이전 당시 특별분양 공급 기회가 있었지만, 이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어 신청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개인 이억원이 아니라 공직자 이억원에게 질의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안을)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평생 1가구 1주택이었고 지금도 한 채. 앞으로도 계속 한 채로 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평생 집을 몇 번 사봤냐"고 질의하자 "세 번 샀고, 두 번 이사했다”며 “두 채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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