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은 승차장이다. 어디론가 이동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승객과 이동 수단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승차장으로서 플랫폼의 의미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다양한 중개 서비스가 이용되는 곳에서 플랫폼이라는 비유가 쓰이게 되었고, 현대 우리 사회는 플랫폼을 배제하고는 작동되기 어려울 만큼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게 되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플랫폼이 좋은 플랫폼이고, 무엇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미가 모호해지기도 했다.
오늘날 플랫폼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판매자가 일반 상품 정보를 게시하고, 구매자가 구매와 결제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인 오픈마켓을 떠올리게 된다. 일반 상품에 대한 중개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여행, 숙박과 같은 서비스 중개도 가능하게 되고, 유사한 형태인 음식 배달 서비스도 중개가 가능하게 된다. 또한 서비스 중개가 가능하다면 정보와 정보재, 오락과 같은 컨텐트 상품에 대한 중개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로서 우리는 쿠팡에서 일상용품을 구매하고, 배달의민족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넷플릭스에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감상한다. 소비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 핵심에는 생산자와 구매자에 대한 중개서비스가 놓여 있다. 즉, 플랫폼은 중개 서비스가 핵심이다.
온라인 환경의 대두와 함께 거래 질서에 대한 새로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일찌감치 제시되어왔다. 그 중 대표적 이론 중 하나는 전자적 중개 효과(electronic brokerage service)이다. 온라인 환경의 정보 유통에 대한 접근성, 비동기성, 대형화를 감안한다면 온라인 시장에서 중개수수료는 사실상 0에 수렴하게 되어 전반적 중개 시스템이 시장을 대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유통 비용이 0이 되기 때문에 생산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하는 중간상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중간상은 유통 경로에서 탈락하는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가 가속화될 거라는 예측도 제기되었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상품 정보에 대한 시장 구축의 비용이 0이 되는 비마찰적 시장(frictionless market)이 현실화되어 가장 효율적인 시장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간과한 것은 실제 구매자가 인지적 처리 능력에 있어서 한계를 가지고 있는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으며, 시장의 공급 역시 현재 존재하는 상품을 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는 것, 즉 상품과 서비스가 끊임없이 혁신과 변용을 거듭하는 확장된 정보의 세계라는 점이다. 만약 소비자의 욕구를 제약할 수 있고 상품과 서비스를 현재 상태에서 표준화하여 가둘 수 있다면 전자적 중개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지난 30년간의 경험은 소비자의 정보적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소비자의 욕구는 더욱 진화하게 되고, 상품과 서비스의 혁신과 변용도 정보 체계 안에 가둘 수 없을 정도로 다양화, 다변화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선순환의 고리를 끊는 금욕주의적 사회가 있다면 그 사회는 곧바로 정체되고 경쟁에서 탈락하게 될 것이다.
결국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 기능을 넘어서, 새로운 욕구를 재정의하고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즉 현재 플랫폼은 확장된 중개 서비스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이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스템 투자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내적 수익원(판매자 노출광고, 새로운 상품 기획과 판매에 대한 개입 등)이나 외적 자금조달원(자금 시장에 대해 미래 수익성에 대한 신호와 약속을 통해)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플랫폼의 공급 구조는 판매하는 사람이 판매 정보를 게시하면 구매자가 나서는 비마찰적 시장이 아니라, 판매하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화를 모색해 정보를 갱신해야 하고 플랫폼은 모든 사람의 욕구가 아닌 자기 역할(일반 생활용품, 의류, 식료품 등등)에 대해 소비자의 명확한 인식을 구축하도록 하는 경쟁적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확장된 중개 서비스 간의 경쟁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들어간다.
20년 전 옥션은 “파는 사람이 모이면 가격이 내려갑니다”라는 텔레비전 광고 카피를 낸 적이 있다. 이 카피가 소비자에게 설득력이 있었던 이유는 파는 사람 모두가 수익을 내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판매자에게 시장이 반응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플랫폼은 단지 가격에만 반응하기에는 규모가 커졌다. 단순히 싼 상품이 아니라, 다양해진 욕구에 반응할 수 있는 품질과 아이디어의 다양성에 대해 반응하게 된다.
그러므로 플랫폼 시장의 발전과 진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각 플랫폼은 플랫폼의 역할에 대한 소비자의 명확한 인식 구축 위에 플랫폼 입점 판매자의 치열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쟁은 플랫폼 하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플랫폼이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싸니까, 더 빨리 배송하니까 선택되던 단계에서 벗어나 적시에 적정 욕구에 적정가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경제의 도약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더 치열한 플랫폼 간 경쟁, 플랫폼 입점 판매자의 경쟁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넗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치열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좋은 플랫폼의 조건이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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