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도 'CPTPP 가입' 청신호…'수산물 개방'은 딜레마
다카이치 "한·일, 협력할 것 많다"…이해관계 맞물려
CPTPP 가입 땐 GDP 일조…농·수산물 생산 감소
2025-10-21 17:30:00 2025-10-21 18:01:29
(그래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전 세계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출범이 대한민국 경제에는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청신호'가 들어온 영향입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는 한·일 경제 협력 자체에 우호적인 데다, CPTPP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CPTPP에 가입한다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지만, 농·수산물 수입 개방은 딜레마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나에 노믹스' 축 CPTPP…정부, 가입 추진 움직임
 
21일 외교가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외교적으로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만, 경제·안보와 관련해서는 "협력할 것이 많다"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베 노믹스'의 계승을 예고한 '사나에 노믹스'는 강한 일본의 재건을 주축으로 하는데요. 일본의 경제 재건의 핵심 축은 CPTPP입니다. CPTPP는 환태평양지역 경제 체제로, 관세 완화와 지식재산에 관한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집권 당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국 탈퇴로, 일본을 비롯한 총 12개국이 CPTPP로 경제 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주도의 CPTPP는 우리 정부의 이해관계에도 호재로 작용합니다. CPTPP는 12개국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합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멕시코 등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사실상의 FTA 체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무역 전쟁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CPTPP가 차지하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약 14% 수준입니다. 중국과 대만도 해당 경제 협력체에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데, 이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방과도 연결 고리가 있어 미국의 '관세 폭탄'에서 '출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가입할 경우 실질 GDP가 0.33~0.35%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하며, 수출·투자·고용 분야에서도 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지식재산권, 노동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허무는 효과도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도 "일각에서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CPTPP 가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CPTPP 가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장 개방을 통한 교역 투자 확대로 국제 경제 전반에의 긍정적인 혜택이 예상된다"고 적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시장 다변화를 위해 CPTPP 가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인데요. 지난달 3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유사 입장국 간 경제 동맹 네트워크 확보 차원에서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같은 달 24~25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서 호주·뉴질랜드·인도네시아 등과 CPTPP 가입 관련 협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집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캐나다·멕시코 외교장관 회담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CPTPP에는 최대 96%의 '품목 관세'를 철폐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요. 미국과 중국이 빠져 있기는 하지만, 다자 무역협정의 새로운 시장 창출이라는 이점이 있습니다. 결국 과거사와 경제 협력의 투트랙을 추구하는 이재명정부의 한·일 관계 설정이, 다카이치 신임 총리의 화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기도 합니다. 
 
2023년 9월24일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핵 오염수 1차 방류가 마무리된 가운데 경기 고양시 농협 하나로마트 삼송점 수산 코너에 일본산 수산물 미취급/미판매 안내 문구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최대 난제 농·수산물…정치적 타격 불가피
 
문제는 국내에서 CPTPP 가입 검토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입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에도 CPTPP 가입 검토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한·일 관계가 진전된 윤석열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가입이 미뤄진 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금지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문제의 영향이 큽니다. CPTPP는 농산물 위생 검역 절차를 완화하고 수산 보조금 정보 공개 등 시장 개방을 요구합니다. CPTPP 가입의 주도권을 가진 일본이 수산물 수입 개방을 요구하게 된다는 겁니다. 윤석열정부 당시 수산물 수입 문제에 반기들 들어온 여권이, 이를 수용하게 된다면 정치적 타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산물 개방이 99.4%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진보당의 지적에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 품종 등은 파악을 했다"며 "걱정들을 충분히 반영해 준비를 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농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성명에서 "실질적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불투명한 반면 CPTPP 가입으로 농업이 입을 피해는 분명하다"고 주장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연구보고서를 통해 CPTPP 가입 여파로 향후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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