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보험, 돌봄을 품다)②보험·간병·커뮤니티, 싱가포르식 케어모델
초고령화 속도 가속…'돌봄 국가'로 전환 나선 싱가포르
정부, 장기요양보험·커뮤니티 케어 등 제도 개선 박차
싱라이프, 보험·플랫폼·간병 지원으로 민관협력 선도
2025-10-23 06:00:00 2025-10-2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1일 17:5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험산업은 저성장 기조와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수익 모델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시니어케어' 사업은 보험업계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보험사는 보장성보험 판매와 자산운용 이익에 의존하는 데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일본·독일·프랑스·싱가포르를 직접 찾아 각국의 시니어케어 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보험시장이 참고할 수 있는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싱가포르는 지금 '실버 쓰나미'의 문턱에 서 있다. 내년이면 전체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이 되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오는 2030년에는 약 100만명의 국민이 고령층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요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장기요양 서비스 보완에 한창이다. 중증장애인과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년층을 위한 장기보험제도인 '엘더쉴드(Eldershield)'를 '케어쉴드라이프(Careshieldlife)'로 개선했다. 케어쉴드라이프는 기존 민간 운영에서 국영으로 전환하고 대상 연령도 범위도 확대했다. 연간 보험료는 올랐지만 보험금 지원 액수도 크고 기한 제한이 없는 게 특징이다. 
 
현지에서 만난 복지 관계자는 "정부는 단순히 보험 제도 개편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돌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헬시어싱가포르, 엑티브에이징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한 노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곳곳에서 커뮤니티 케어 센터와 가정 방문 요양 서비스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다.
 
"보험을 넘어 돌봄으로"…싱라이프의 전략
 
정부 정책의 한 축에는 민관 협력이 자리하고 있다. <IB토마토>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찾은 싱라이프(SINGLIFE)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싱라이프는 지난해 싱가포르 원수보험료 기준 5위 보험사로,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장기요양 보장성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기관과의 협력도 다방면으로 제공하고 있다.
  
싱라이프에서 만난 멜 옹 싱라이프 전무는 "싱가포르는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으며, 싱라이프는 단순한 보험금 지급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한다"라면서 "정부의 주력 현안인 고령화, 치매, 간병 지원 등에 대해 정부와 함께 해결책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멜 옹 싱라이프 전무. (사진=IB토마토)
 
싱라이프는 정부 장기요양보험 '케어쉴드라이프'를 보완하는 형태로 케어쉴드 스탠다드와 케어쉴드 플러스 상품을 운영 중이다. 정부 보험이 월 최대 662달러를 지급하는 반면, 실제 장기요양 비용은 월 평균 3000달러에 달해 공적보험만으로는 감당이 어렵다. 싱라이프는 이 격차를 메우는 맞춤형 보장 상품으로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간병인을 위한 보험 상품도 눈에 띈다. 싱라이프는 간병인에게 1년간 무료 생명보험을 제공하고 디먼시아싱가포르, 홈널싱파운데이션 등과 협력해 200명의 간병인 지원 패키지를 운영한다. 단체상해보험과 셀프케어 프로그램을 묶어 정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싱라이프사 로고. (사진=IB토마토)
 
싱라이프가 최근 주력하는 서비스는 '케어콜라보(CareCollab)'다. 케어콜라보는 건강검진, 암 치료, 장기요양 관련 서비스를 한데 모은 통합 플랫폼으로, 시민들이 생애주기별 지원 프로그램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싱라이프의 한 고객은 "정부 사이트에서 엑티브 에이징 센터를 찾아보려 했으나, 상담 지원 서비스만 추천해 도중에 포기한 경우가 있다"라면서 "한 번에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어 편리하다"라고 말했다.
 
케어콜라보는 AIC((Agency for Integrated Care), 홈에이지, 디먼시아싱가포르(싱가포르치매협회) 등 주요 기관과 협력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보험, 간병, 의료 서비스를 연결하며 '돌봄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치매·간병 교육 현장을 가다
 
<IB토마토>가 방문한 디먼시아싱가포르의 '뉴호라이즌센터'는 주간보호시설 형태로, 조기 치매 프로그램부터 취미활동, 가족 참여 프로그램까지 다양했다. 센터에 들어서니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걸음이 끊이지 않았고 치매 환자들이 직접 만든 종이 풍등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디먼시아싱가포르는 치매 인식 개선과 환자 돌봄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센터 운영과 더불어 간병인 대상 전문 세션도 진행하며, 환자 이동을 위한 교통 서비스까지 지원한다.
 
디먼시아싱가포르 뉴호라이즌센터. (사진=IB토마토)
 
재가요양 전문기관 홈에이지 역시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건물 안에서는 간병인 교육이 한창이었다. 기본과 중급, 전문 간병인 교육을 비롯해 현장 교육과 온라인 강의도 진행된다. 실제로 싱라이프 케어쉴드 가입자는 홈에이지 이용 시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멜 전무는 "케어콜라보를 통해 장기요양 관련 금융 정보와 심리적 지원, 기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키웠다"라면서 "파트너와의 더 깊은 연계를 통해 즉각적 서비스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애 주기에 맞춘 연속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나선 '실버 쓰나미' 대응
 
싱가포르 정부는 노인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인구의 절대적 규모를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인식하고 있다. 싱가포르 인력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한명을 부양하는 생산 가능 연령 인구수가 10년 새 6명에서 3.5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오는 2030년에는 2.7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023년 헬시어싱가포르 정책을 발표했다. 40세 이상의 가정의와 함께 장기적인 건강관리를 유도하고 예방접종, 정기검진 등의 비용을 전액 보조한다. 싱가포르인의 건강수명이 기대수명 대비 더디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한 급격한 고령화, 치매 유병률 증가,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 진입 등으로 인한 ‘실버 쓰나미’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현재 약 200억 싱가포르달러 수준인 연간 보건의료 지출은 2030년까지 3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의 재정에 한계가 있어 개인의 의료비 부담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기요양 서비스에는 케어쉴드라이프가 있다. 장기요양 필요성 부상에 싱가포르 정부는 1980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만 30세에 케어쉴드라이프 가입을 의무화했다.
 
케어쉴드라이프는 장기요양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험으로, 다방면으로 노후를 지원하고 있다. 보험료 납부는 67세, 혹은 가입 후 10년 중 더 늦은 시점까지 이뤄지며 평생 보장이 이뤄진다. 중증 장애가 발생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며, 내년 1월부터 케어쉴드라이프의 월 지급금을 인상하고, 4월부터는 가정 간병 보조금을 월 최대 600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이렇게 '보험'과 '복지', '지역사회'를 하나의 틀로 묶어가며 새로운 돌봄 국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한 나라의 해법은, 결국 모두가 함께 짊어지는 '연결된 돌봄'이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싱가포르 =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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