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의 딸 유담씨가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로 뽑힐 수 있었던 2차 심사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차 심사와 달리 2차는 교수들의 주관이 반영된 개별 평가인데, 2차에서 유씨와 경쟁자의 점수 차이가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인천대는 2차 심사에 들어간 교수들의 세부 개별 평가 내용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천대가 제공한 '신규 임용 지침'을 확인한 결과, 유담씨에 대한 교수들의 개별 평가는 인천대의 공개채용 기준과 맞지 않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2017년 5월8일 오전 딸인 유담씨와 함께 충남대를 찾아 대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담, 2차 심사서 경쟁자 제쳐…인천대, '유담 세부 평가' 비공개
22일 <뉴스토마토>가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서 받은 인천대 답변서에 따르면, 인천대는 유씨의 채용 과정에 관해 "평가위원 및 지원자들 관련 민감 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으므로 세부 평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인천대는 지난 5월 '2025학년도 2학기 인천대 전임교원 공개채용'을 실시, 유담씨를 무역학부 국제경영 교수로 임용했습니다. 이에 본지는 16일자 <
(단독)'국제마케팅 전문가' 배제한 인천대…유승민 딸 첫 과목은 '국제마케팅'> 기사를 통해 최종 2인 심사에 올라간 유씨와 경쟁자 A씨는 1차 심사서 10점가량 점수 차이가 났는데, 2차 심사에선 점수가 완전히 뒤집혀 유씨가 교수로 채용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2차 심사와 관련해 인천대는 진 의원실에 세부 평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섯 가지 항목을 평가했다고 답했습니다. △전공 적합성 △연구 실적의 질적 수준 △공개 강의의 전달력과 학부 필요 교과목과의 적합성 △연구 과제 수행 계획 △산학 협력 및 학생 지도에 대한 계획의 구체성 등입니다.
본지가 진 의원실을 통해서 무역학부 국제경영 전공 2차 심사 채점표를 확인해 보니, 총 50점 만점에 유씨는 43.11점을 받았습니다. 최종 2인까지 올라간 경쟁자 A씨는 34.2점을 얻었습니다. 이에 유씨와 A씨는 8.91점 차이가 났습니다. 결국 1차 심사와 2차 심사을 반영한 최종 점수(130점 만점)에선 유씨가 A씨를 2.46점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유담, 정량평가 땐 점수 낮았지만 개별 평가 땐 역전…무슨 일?
인천대가 2차 심사 때 유씨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 위해 다소 편파적인 평가를 했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인천대의 2차 심사별 항목과 배점은 전공 적합성(10점 만점), 학문적 우수성(20점 만점), 공개 강의(10점 만점), 면접 심사(10점 만점) 등 총 50점 만점입니다.
A씨는 이미 정량평가인 1차 심사 때 '논문의 질'에선 30만 만점에 25.05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학문적 우수성과 전공 적합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2차 심사에선 전공 적합성은 7.43점, 학문적 우수성은 16.57점을 받았습니다.
유담씨는 어땠을까요. 유씨는 1차 심사 때 논문의 질에선 전체 23명 중 15위 밖으로 벗어난 18.6점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2차 심사에서 전공 적합성은 9.71점, 학문적 우수성은 16점을 획득했습니다.
유담씨는 2025년도 2학기 인천대 무역학부 전임교원(조교수)으로 임용됐다. (사진=인천대 홈페이지 캡처)
전공·학문 실적에 관한 정량평가(1차 심사) 땐 A씨가 유씨보다 앞섰으나, 개별 평가인 2차 심사 땐 두 사람의 점수가 역전된 셈입니다. 더구나 A씨는 공개채용에 지원할 당시 국내 한 대학에서 국제경영을 강의하는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씨에 대한 2차 심사 점수는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천대 내부 지침에 따르더라도 유씨를 밀어주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인천대 전임교원 신규임용 지침'에 따르면 "전공 적합성 심사'는 학위논문과 최근 5년간의 연구 실적을 근거로 종합적인 시각에서 심사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인천대는 "학문적 우수성 심사는 최근 5년과 연구 실적의 질과 양을 동시에 심사하되 연구 실적의 양에 구애받지 않고 질적 우수성을 우선 고려해 심사한다"고 했습니다.
A씨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SSCI(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 사회과학 인용지수)급 논문 6편, KCI(Korea Citation Index)급 논문 16편을 냈습니다. 반면 유씨는 지난해 12월 고려대 경영학과 지도교수였던 문정빈 교수와 같이 쓴 SSCI급 논문 1편, 학위논문 1편, KCI급 논문 8편이 전부입니다. 이 중 6편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만에 쓴 논문입니다.
그럼에도 인천대는 2차 심사에서 유씨의 전공 적합성과 학문적 우수성이 A씨보다 더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2차 심사 중 공개 강의(10점 만점)와 면점 심사(10점 만점)에서도 유씨는 각각 8.6점과 8.8점을 받았습니다. 현직 조교수인 A씨는 각 5.2점과 5.5점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공개 강의와 면접 심사 점수는 제쳐두더라도, 1차 심사 과정에서의 평가처럼 A씨가 전공 적합성과 학문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더라면 채용 결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천대 적임자 찾아 다섯 번 공고…이전 지원자 정보는 다 없어져?
인천대 글로벌정경대 무역학부는 2013년부터 2025년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국제경영 전공자를 모집했습니다. 2013년에는 총 9명이 지원했고, 2014년에는 6명, 2019년에는 16명, 2020년에는 10명이 지원했습니다. 올해엔 25명이 지원한 끝에 유씨가 최종 임용됐습니다. 그간 총 66명이 지원했는데, 지난 2월 고려대 경영학 박사를 갓 졸업한 유씨가 66명 중 '최적격자'라는 건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실제 인천대에선 <뉴스토마토> 보도가 나온 이후 "부정 채용 실태 드러났다. 유담 교수는 책임지고 물러나라"라며 "인천대는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대자보까지 붙었습니다.
취재팀은 그간 지원한 66명의 지원자 정보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인천대는 진 의원실에 이전 지원자들의 모든 정보와 서류가 모두 소멸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인천대 '전임교원 신규임용 지침'에 따르면 "채용 관련 문서는 '영구 보존'하며, 교원 인사 부서와 감사 부서에서 동시에 관리하되 감사 부서는 감사 업무 권한의 범위 내에서만 열람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인천대 전임교원 신규임용 지침 캡처. (사진=진선미 민주당 의원실)
[인천대 반론]
<뉴스토마토>는 인천대에 유담씨의 임용과 관련한 의혹에 관해 반론과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천대 관계자는 "유담 교수는 2023년에 박사 수료를 하고, (지원을 한 시점까지)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논문하고 연구, 강의에 집중을 하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유담 교수는 본인이 주저자였고, 연구자가 딱 두 명이었고, 임팩트 팩터(IF, 논문 영향력 지수) 점수가 8.7점이다. 굉장히 높은 점수다, A씨의 경우 임팩트 팩터가 5점대였다"며 "유담 교수의 논문을 받아준 학술지가, 굉장히 세계적으로 좋은 학술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추천서에서 논문의 양이 다소 적다라는 이야기는 '2위인 A씨에 비해서 실적은 적지만 탁월하다', 논문 그 자체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