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대한항공, 금융기법으로 환리스크 '착착'…외화부채는 부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대비 순외환차손 비율 0.4%
절대적 성과기준 없다지만…환리스크 영향 최소화
통화이자율스왑 등 금융헤지 구조적 한계…내추럴 헤지 확대 경향
2025-12-04 06:00:00 2025-12-0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일 15: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올해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계약 등을 통해 재무제표상 환리스크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 다만, 금융 기법을 동원한 환리스크 축소는 외화 부채 증가가 예상되는 대한항공의 상황상 일부 한계를 지닐 수 있다. 운영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헤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금융 수단을 통한 환리스크 관리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다. 외화 확보 확대가 가능한 사업들이 향후 환리스크에 대한 내성을 높여줄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한항공)
 
금융계약 통한 강달러 리스크 축소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대비 순외환차손(외환차손에서 외환차익을 뺀 값) 비율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3분기 대한항공의 별도기준 누적 순외환차손은 -45억원(외환차손 2892억원, 외환차익 2937억원)이다. 해당 순외환차손의 절대값은 전체 영업이익(1조1262억원)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3분기(순외환차손 3억원, 영업이익 대비 0.02%) 대비 늘어난 수치지만, 전체 실적에서 미치는 영향은 1% 이하에 그친다. 이는 환리스크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볼 수 있다.
 
아울러 같은 시기 환율 변동 등 외화 리스크에 노출된 순외화부채 규모는 33억달러에서 48억달러로 45%가량 증가했다. 대한항공이 환율 변동성에 더 취약해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에 따른 수익성 급변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하는 중이라 해석된다.
 
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과 수익 등의 불확실성을 줄여 실적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환율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도 환율에 따라 성과가 출렁일 수 있다. 게다가 외화부채 등 환리스크에 노출되는 정도가 많은 항공산업은 실제 사업 성과와 무관하게 숫자로 표시되는 성과는 부진할 수 있다. 파생상품 등 헤지 수단을 통해 항공사는 외부 변수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
 
외환차익과 외환차손의 차이가 상쇄되어 낮은 값을 기록한다면 환율 변동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되며, 동시에 예측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헤지에서 중요한 것은 외환차익이 외환차손을 얼마나 잘 상쇄하는가가 관건이다.
 
올해는 환율 급등락으로 인해 환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올해 1~3분기는 환율의 급등과 급락(종가 기준 8.2% 하락 후 8.5% 상승)이 연이어 발생하며 어느 해보다도 환율 변동성이 높았다. 지난해는 12월 초 환율 급등이 나온 점을 제외하면 종가 기준 최고와 최저점의 변동 폭이 4.6%였다.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 중 환리스크 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다. 이에 이자 계약 관리 등 다양한 금융 헤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달러 등으로 계약된 부채를 원화 고정금리로 변경하는 계약을 산업은행 등과 체결 중인데, 계약 규모가 원화기준 1조3615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의 부채총계(25조9288억원)의 5%에 달한다.
 
아울러 결제 기반을 달러뿐 아니라 엔화 및 유로화 등으로 다변화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원화 대비 엔화와 유로화의 가치 변동은 적은 상황이라 해당 통화로 결제할 경우 결제 부담이 달러 대비 적다.
 
 
금융 환리스크 경감책 구조적 한계
 
헤지를 통해 모든 외화 부채를 커버하는 것도 어렵고, 환율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금융적 기법을 통한 환리스크 관리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예상과 다른 환율 경로에서는 파생상품에서 상당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현금흐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항공은 대규모 신형 항공기 투자가 예정돼 있고, 내년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 시 아시아나의 외화 부채 리스크를 고스란히 흡수하게 된다. 향후 환리스크 관리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에 헤지의 범위를 넓혀 환리스크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 해외 헤지 전략 사례 등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이 FX 등 외환 파생상품 운용을 통한 헤지 전략 비중을 낮추고, 기업 운영 과정에서 자연적인 헤지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항공기 리스 부채 등 외화 부채를 달고 있을 수밖에 없는 항공사는 이러한 환리스크 다각화 전략이 요구된다. 재무적 전략과 사업 구조 다각화 등 자연 헤지 비중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환리스크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 금융권 다수는 내년도 환율도 올해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자연적인 헤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사업으로는 해외 달러 매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 꼽힌다.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결제에 사용하는 것도 일종의 헤지 수단으로 꼽힌다. 최근 고환율이 지속되자 다수 기업이 벌어 둔 달러 자산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외화 결제 등에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비행마다 달러 결제가 필요한 대한항공과 같은 기업들은 원활한 달러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환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사업 근간인 여객 및 화물 사업 외에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MRO 사업 등으로 자체 정비 수요뿐 아니라 타 항공사 정비 수요까지 포섭할 경우 추가적인 달러 매출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측은 <IB토마토>에 “고환율 리스크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회사 재무본부뿐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관련 상황등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통화 및 이자율 스왑 계약 등 일부 자산에 대해 헤지를 실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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