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성일하이텍, CB로 '시간 벌기'…반등 모멘텀 만들까
이자비용 급증 속 200억원 CB로 숨 고르기 선택
하반기 인디애나 공장 가동…내년 흑자 전환 관심
2025-12-04 06:00:00 2025-12-0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일 15:1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업체 성일하이텍(365340)이 자금 조달과 사업 정상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단기 유동성 방어를 위해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지만, 동시에 미국 리사이클링파크 가동과 글로벌 원재료 확보 전략을 본격화하며 내년 흑자 전환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CB 발행이 단순한 ‘시간 벌기’에 그칠지, 아니면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지 쏠리고 있다.
 
성일하이텍 헝가리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전경. (사진=성일하이텍)
 
CB 200억 발행 결정…운영자금 용도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일하이텍은 최근 200억원 규모의 5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표면이율은 1%, 만기이율은 4%로, 만기 상환 시 원금의 116.51%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전환가액은 4만1896원으로 설정됐으며, 전환 대상 주식 수는 47만7372주에 달한다. 조달 자금은 전액 운영자금에 사용되며, 폐배터리 등 원재료 매입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조달은 단기 유동성 방어 성격이 짙다. 성일하이텍은 올 3분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이 -211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1494억원 대비 큰 폭으로 축소됐다. 공격적인 증설 대신 운영 안정에 무게 중심을 옮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차입 확대의 후폭풍은 금융비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3분기 금융비용 항목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금 등에서 발생한 이자비용은 168억원으로 직전 분기 40억원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융비용 부담까지 커지며 재무 여력은 한층 압박받고 있다.
 
실제 성일하이텍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했고, 올 3분기 누적 기준 적자는 452억원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도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재무지표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CB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를 통해 숨 고르기에 나설 수 있지만, 수익성 개선 없이는 레버리지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익성 바닥 통과 구간 '무게' 
 
다만 사업 측면에서는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성일하이텍은 하반기부터 미국 인디애나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파크를 본격 가동하며 글로벌 사업 축을 북미로 옮기고 있다. 회사는 이 공장을 중심으로 유럽·아시아태평양·한국·북미를 잇는 ‘4대 글로벌 클로즈드 루프 플랫폼’을 완성하며 전처리와 후처리를 지역별로 분산 배치했다.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를 고객으로 확보해 각 지역에서 회수된 폐배터리를 현지에서 처리하는 구조다.
 
올해 전기차 캐즘으로 글로벌 재활용 공장 가동률이 한때 40% 수준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성일하이텍 역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23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적자 폭은 직전 분기 대비 줄어들며 점진적인 개선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는 성일하이텍이 수익성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3분기 영업적자는 2분기 대비 크게 축소됐는데, 이는 고원가 악성 재고가 해소되며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4분기에도 판매량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메탈 가격 상승과 환율 효과로 수익성 개선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며 영업적자 규모가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원재료 수급 환경 변화는 성일하이텍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가 수출 규제에 나서며 메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데다 유럽에서는 내년부터 비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로의 블랙매스 수출이 금지될 예정이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던 원재료 매입 경쟁이 완화되면 비중국권 리사이클링 업체의 가동률 회복 여지는 커진다는 분석이다.
 
성일하이텍은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삼아 군산 새만금 3공장에 연산 5000톤 규모의 탄산리튬 생산체제를 구축했고, 내년 1분기에는 기존 공정 대비 원가 경쟁력을 높인 ‘슬림 하이드로 1.0’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를 기반으로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일하이텍의 향후 행보를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의 성장성 자체는 유효하지만, 본격적인 업황 회복 전까지 누적 적자와 높은 레버리지를 버텨낼 재무 체력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CB 발행 역시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자금 조달 압박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라 이르면 내년 2분기에서 3분기쯤을 흑자 전환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CB 발행 외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국내 외에도 해외에 많은 자회사를 두고 있고 많은 투자자들이 연락을 해오고 있지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상황인만큼 아직까지 자산 매각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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