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위, 해외 간편결제 '무등록 탈세' 개선 검토
2025-12-22 16:20:03 2025-12-22 16:40:12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위원회가 해외 간편결제사의 전자금융업자(사업자) 무등록 영업과 탈세 논란을 인지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10여년 전 '외국인 대상 영업은 전자금융업자 등록 대상이 아니다'라는 금융당국 유권해석이 현재 결제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장기간 방치된 사이, 해외 결제망이 규제·과세 사각지대에서 급성장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최근 당국이 이를 문제로 공식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그간 관행처럼 유지돼온 유권해석과 규제 공백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유권해석 사각지대, 금융당국 문제의식
 
22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해외 간편결제사 전자금융사업자 등록 관련 유권해석 등 국내 전자금융시장 개선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금융위는 '향후라도 국내 영업 중인 해외 간편결제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현황 파악 및 관리·감독 계획이 있느냐'는 의원실 질의에 "전자금융시장에서의 이용자·가맹점 보호 및 지급결제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시 해외 간편결제 사업 현황을 파악해 개선 필요 사항 등을 살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 제2항 제3호(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는 금융위원회에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또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신고 및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이는 국내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에만 해당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해외 간편결제사들은 10여년 전 국내 진출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국내에서 활동한다 할지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전자금융업자 신고 의무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받아 국내에서 사업자 무등록 영업을 지속해왔습니다. 당시엔 해외 간편결제사들의 국내 영향력이 매우 미미했지만, 현재는 국내 가맹점을 통해 수수료를 취득하고 알리·위챗·유니온페이 등 중국계 간편결제사를 중심으로 QR 결제 인프라가 급속도로 확산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일본의 페이페이(PayPay) 등 글로벌 결제망인 알리페이플러스(Alipay+)를 국내 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금융업이나 전자금융업 사업자 등록을 합법적으로 피해가면서 과세당국이나 감독당국 차원 관리·감독 대상에서도 벗어나 지난 10여년간 한국에 세금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17일자 "(단독)알리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 10년간 세금 '0원'" 참고)
 
자본금 요건, 전산 설비, 보안 의무 등 국내 국내 간편결제 업체가 지는 막대한 규제 비용을 회피하며 수익만 챙긴다는 비판적 시각도 더해집니다. 그러나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에는 이를 보완할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금융위가 유권해석 악용이나 법적 규제 공백을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금융위가 다시 한번 시장 변화에 따른 개선점을 살펴보겠다고 나선 것은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 내 역차별을 문제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간편결제 문제는 관행으로 치부돼왔는데, 금융위가 국내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전환점으로 보인다"며 "'이는 향후 전금법 정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당국이 보낸 명확한 시그널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속지주의 해석 한계, 결제망·데이터 내줬다
 
알리페이를 비롯해 여러 해외 간편결제사들은 2014년 한국 진출을 검토하면서 우리 금융당국에 전금법에 의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에 관한 등록 필요 여부를 물었습니다. 금융위는 2014년 10월 알리페이에 "중국인 대상으로 발행한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국내 사맹점 사용을 위해 알리페이가 국내 가맹점을 모집하는 행위는 전금법에 의한 등록 대상이 아니며, 한국인이 알리페이 회원으로 가입해 중국 내 가맹점에서 재화나 용역을 구매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회신했습니다.
 
이런 판단은 서비스의 주된 계약 관계가 해외에서 발생했고 결제 수단 역시 해외 발행 수단이기에 '국내 법령의 강제적 적용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거주자 중심의 속지주의 해석을 기반했습니다. 알리페이를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쓰는 결제 도구로만 바라봤던 셈입니다. 
 
하지만 현재 알리페이는 알리페이플러스라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수십 개의 간편결제사와 국내 가맹점을 잇는 결제 인프라(망 사업자) 선봉장으로 꼽힙니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국가의 이용자 개인정보나 결제 성향 데이터 등을 대규모로 수집·분석해 활용하기도 합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알리페이와 제휴를 맺은 카카오페이는 2018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체 이용자 약 4000만명의 개인정보를 알리페이에 전송해 고객 정보 유출 논란이 일었습니다. 암호화된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 충전 잔고 등 민감한 정보들의 누적 전송 건수만도 약 542억건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카카오페이에 과징금 59억6800만원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 데이터 주권과 국내 금융 보안 표준 준수의 법적 공백이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국내 PG사나 카드사를 거치지 않는 독자 QR 결제망을 확산시켜, 사실상 국내 결제 생태계를 장악해가는 진출 방식에 대해서도 단순 외국 서비스의 국내 이용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금법에서 국내 가맹점을 직접 모집하고 대금을 정산하는 행위를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의 핵심 업무로 보는 만큼 실질적인 영업 행위를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에서입니다. 
 
나아가 국내 간편결제사에 적용되는 규제들을 피해가고 있는 점에서도 불공정이 거론됩니다.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 사태 등에 따라 작년 9월부터 선불충전금 보호 및 미등록 영업 처벌 강화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판매자 정산이나 이용자 환불을 위해 PG사가 보유하는 정산자금 전액을 외부 관리하도록 하고, 거래 규모에 비례해 자본금 요건을 상향하도록 의무화한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전자금융업자의 경영지도 기준 미준수나 선불업자의 선불충전금 별도 관리 의무 단계적 조치 등과 함께 내년 12월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금융위원회와 알리페이, 위챗페이, 페이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사 로고. (사진=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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