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불출석→첫 사과…'안하무인' 김범석 또 '셀프 면죄부'
'기습 발표'로 주가 방어…안중에는 '미국 집단소송'뿐
2025-12-28 18:10:28 2025-12-29 01:19:58
[뉴스토마토 한동인·유지웅 기자] 337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태에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이 사건 발생 29일 만에야 '서면'으로 사과했습니다. 국회 청문회에 또 한 번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로 다음날입니다. 해롤드 로저스 임시 쿠팡 대표를 청문회에 대신 내보낸 데 이어, 이번에도 출석을 피하고자 하는 '꼼수'라는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또 '불출석' 사유서 내고…다음날 "소통 부족했다" 사과
 
김범석 의장은 28일 쿠팡을 통해 배포한 자료를 통해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장은 유출 사실이 알려지고 한 달 만에 사과한 것과 관련해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봤다"며 "돌이켜보니 잘못된 판단이었다"라고 했습니다. 
 
자체 조사 발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와 전면 협력해왔다"며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준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과와 별개로 오는 30~31일 열리는 '국회 연석 청문회'의 증인 출석 여부와 관련해 전날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유는 "기존에 잡힌 일정을 변경하기 어려워서"입니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도 같은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냈습니다. 
 
김 의장은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에도 "비즈니스 일정이 있어 나오기 어렵다"며 불출석했습니다. 당시 청문회에는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 등 외국인 증인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이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해 통역 시간이 길어지면서 질의응답이 지연됐고 "허수아비 같다"는 의원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의장은 발표문에서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도, 경찰도, 국정원도 아니라는데 쿠팡이 협조했다는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이긴 하냐"고 직격했습니다. 
 
이 의원은 "쿠팡의 일방적인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5일 기습적인 중간 발표를 내놓으며 '유출된 개인정보를 100% 회수했다', '외부 유출은 없다'는 검증 불가능한 주장만 늘어놨다"고도 꼬집었습니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쿠팡은 미국 아마존처럼 고객 정보 외부 해킹, 내부 탈취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는 대책을 보여줬어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큰일 아닌 것처럼 포장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중대 사고로 공시해서 나중에 허위공시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방식으로는 주가를 관리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청문회를 지켜본 뒤 필요시 국정조사와 입국금지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대통령실 뭉개고 정면충돌까지…목적은 '주가 방어'
 
앞서 지난 25일 쿠팡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범부처 긴급대책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습적으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유출자가 3300만명 정보를 빼갔으나, 그 중 3000명만 저장했고, 범행에 사용된 장비도 회수했다"는 주장입니다.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가 확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즉각 "쿠팡이 말하는 내용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쿠팡은 이튿날 재반박에 나서며 정부와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공조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모든 조사가 정부와 조율됐고 보고까지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회수 장비 사진과 회수 장면이 담긴 영상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쿠팡과 사전에 연락하거나 협의한 적 없다"고 맞받았고, 쿠팡에 지시했다는 얘기가 나온 국정원도 "지시한 적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발표 이튿날 뉴욕증시에서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는 전 거래일보다 6.45% 오른 24.2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뉴욕증시는 성탄절인 전날 휴장해 이날은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이었습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쿠팡이 급작스럽게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주가 안정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결국 김 의장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대한민국 정부도, 매출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한국 소비자도 아닌 '미국 집단소송'이란 분석입니다.
 
실제 2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Inc의 주주인 조셉 베리는 지난 18일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증권 집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2015년 독일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디젤게이트' 관련 소송을 주도한 로펌도 가세했습니다. 
 
사법 리스크가 점차 커지면서, 미국 소송이 쿠팡 사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라"(12월2일), "경제제재를 통한 처벌을 현실화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강제 조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12월9일)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한국 소비자도 '탈쿠팡'을 넘어서서 공동소송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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