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규모 '역대 2위'에도…추락하는 원화
반도체 수출 호조에…4월 경상수지 282.9억달러 흑자
외환당국 구두개입에도…원·달러 환율, 1550원 '턱 밑'
수출·증시 호황에도 원화 약세 심화…'외인 자금 이탈' 탓
2026-06-05 16:24:29 2026-06-05 16:24:2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지난 4월에도 역대 2위 수준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며 36개월 연속 흑자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수출 호조세의 영향이 컸습니다. 반도체 덕에 올해 1분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전 세계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원화 가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약한 상태로 떨어졌습니다. 통상 수출과 무역 흑자 규모가 급증하고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 원화 가치가 오르는데, 이 같은 공식이 깨진 것입니다. 원화 약세 배경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도 행렬이 있습니다. 외환당국은 외국인 자금 이탈에 원화 약세가 가팔라지자 구두개입에도 나섰지만, 시장 불안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구두개입만으로는 중장기적 환율 방향성을 바꾸기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6년 4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영 국제수지팀 과장, 유성욱 금융통계부장, 박성곤 국제수지팀장, 임연빈 국제수지팀 과장.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업고 흑자 행진…1분기 경상수지 흑자 세계 2위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282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3월 379억3000만달러보다는 흑자 폭이 다소 줄었지만, 역대 2위 규모입니다. 경상수지는 36개월 연속 흑자 행진으로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유형별로 보면 상품수지가 338억8000만달러로 3월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수출이 905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4.5% 증가했고, 수입은 16.1% 늘어난 567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반도체 수출은 통관 기준 320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71.4%나 급증했습니다. 다만 3월(329억7000만달러)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습니다. 
 
서비스수지는 24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3억1000만달러)보다 늘었습니다. 여행수지는 3000만달러 적자를 보이면서 3월(1억4000만달러) 반짝 흑자에서 한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본원소득수지는 25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배당소득수지가 30억2000만달러 적자를 보인 영향이 컸습니다. 통상 4월엔 외국인에 대한 배당지급이 집중돼 있는 계절적 요인이 반영됐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1~4월 누적 흑자는 1026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0억달러)의 4.3배 수준을 보였습니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744억달러 규모로,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한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중국과 독일, 일본, 대만에 이어 5위였습니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연간 기준으로 대만은 2019년부터 우리나라보다 흑자 규모가 큰 국가"라며 "올 1분기 한국이 일본과 대만, 독일을 앞서는 저력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거꾸로 가는 원화…외인에 휘둘리는 환율  
 
통상 우리나라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에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과거 반도체 호황일 때도 경상수지 흑자, 코스피 상승, 원화 강세가 한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이 같은 흐름이 깨졌습니다. 유례없는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에 수출 호조, 주식 활황에도 원화 가치는 연일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7원 내린 1529.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장 초반 방향을 틀어 상승 폭을 키우면서 오전 한때 1549.2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0일 장중 기록한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0원대를 보인 것은 전날 야간 거래에 이어 이틀째입니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는 것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매도 압력 영향이 큽니다. 특히 지난해 서학 개미 등 민간 부문의 해외 자산 투자가 늘어난 데 이어, 최근엔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흐름을 보면 지난달 7일 이후 19거래일 연속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누적 순매도 규모는 66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원화 약세가 가팔라지면서 외환당국의 경계감도 높아졌습니다. 당국은 연일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구 부총리는 이날도 비상경제본부 및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고 재차 변동성 경계에 나섰습니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구두개입으로는 환율의 중장기적 방향성을 되돌기기엔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당분간 1500원대에 머물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500원대에 머물 전망"이라며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엔화 약세 등 대내외 요인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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