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국 피싱조직 '룽거컴퍼니', 항소심 앞두고 '합의' 개별 접촉
피해액 못 미치는 합의금…"일부라도 받아야"
처벌 받아도 사라진 돈…피해회복 절차 '막막'
경찰 검거 성과에도 피해금 회수 여전히 '난항'
2026-06-18 16:50:51 2026-06-18 17:07:15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태국 기반 피싱 조직 '룽거컴퍼니' 조직원들이 내달 항소심을 앞두고 일부 피해자들을 접촉해 은밀히 합의 절차에 나선 걸로 확인됐습니다. 항소심 선고 전 합의를 이끌어내 감형을 노리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제시된 합의금은 실제 피해액의 10% 수준에 그친 걸로 파악됐습니다.
 
룽거컴퍼니 측 항소심 앞두고 피해자 은밀히 접촉 
 
18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항소심을 앞둔 룽거컴퍼니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최근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합의 의사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직의 여러 범죄 중 '로또 번호 예측 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합의 접촉에 나선 걸로 파악됐습니다.
 
룽거컴퍼니 사기 피해자 A씨는 "피고인 측 변호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합의금으로 피해금의 10% 수준을 제안받았다"며 "변호사로부터 '항소심 절차가 진행 중이라 그 전에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잃어버린 피해액을 생각하면 합의금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태국 피싱 조직 '룽거컴퍼니' 피의자 중 일부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합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합의금은 실제 피해 금액의 10% 수준에 그쳐 피해자들은 여전히 피해 회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피해자만 최소 900명대…내달 8일엔 항소심 선고
 
룽거컴퍼니는 로맨스 스캠과 수사기관 사칭, 노쇼 사기, 로또 번호 사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여온 대형 피싱 조직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최소 900명에 달합니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는 지난 2월11일 범죄단체 가입·활동,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룽거컴퍼니 팀장 안모씨에게 징역 14년과 추징금 3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안씨와 함께 재판을 받은 나머지 조직원 5명에게도 징역 6년에서 11년의 실형이 내려졌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내달 8일 항소심을 앞두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량(안모씨에겐 징역 30년 등)보다 낮은 형량에 처하자 검찰과 일부 피고인 측 모두 항소한 겁니다. 1심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 대해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범죄수익은 상부로…합의금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물론 룽거컴퍼니 측의 합의 제안 그 자체는 형사절차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해 변제를 위한 노력은 재판 때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되는 요소기도 합니다. 
 
피해자들 역시 합의금이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돈이라는 걸을 알지만, 피해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 단 얼마라도 돌려받기 위해 합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룽거컴퍼니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1심 재판 과정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배상명령 신청이 각하되면 피해자는 별도의 민사소송 등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대표변호사도 "피고인 입장에서는 항소심을 앞두고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양형 판단 과정에서 고려되는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조직형 피싱 범죄의 경우 개별 합의 시도가 실제 피해 회복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범죄수익의 대부분은 이미 조직 상부나 해외 총책에게 흘러갔고, 재판을 받는 하위 가담자들이 내놓는 합의금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룽거컴퍼니 피고인 측이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으로 피해액의 10%만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천 변호사는 "전체 피해 규모는 크지만 실제 개별 조직원이 취득한 이익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다른 공범을 상대로 추가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지난해 9월 태국 경찰과 공조해 사기 조직 '룽거컴퍼니'의 총책 A씨 등 9명을 2차 검거해 호송차에 태운 모습. (사진=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
 
요란한 검거 성과·홍보 뒤에 가려진 '범죄수익 환수' 
 
앞서 경찰청은 지난 17일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 출범 이후 신종 스캠 피해가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월 신종 스캠 피해액은 687억원으로 올해 1분기 월평균(980억원)보다 29.9% 감소했고, 발생 건수 역시 1472건으로 1분기 월평균(1903건) 대비 22.6% 줄었습니다.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종 스캠 범죄 해외 도피 사범 281명을 국내로 송환했습니다. 
 
하지만 범죄 조직 검거 이후 피해자들이 잃은 돈을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천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 회복에 더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현재 구조에선 피해자가 별도의 절차를 통해 피해 회복에 나서야 하는 부담이 크다. 대형 피싱 사건일수록 처벌뿐 아니라 피해 회복 절차 전반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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