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나온 정청래, '90도 폴더' 인사…이 대통령 "수고했습니다"
유럽 순방 마친 이 대통령 영접
정청래, 9일 전엔 '출국길 패싱'
김민석은 허리 살짝 숙여 인사
2026-06-18 17:48:25 2026-06-18 19:04:10
[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동지훈 기자] 8박10일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치고 18일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을 차기 당권주자 경쟁자인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나란히 맞았습니다. 특히 '출국길 환송 행사 패싱 논란'에 휩싸였던 정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이 대통령은 "수고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이후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치켜세우는 등 이른바 '반명'(반이재명)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정 대표의 당대표 연임 도전 의지가 큰 만큼 이 대통령의 귀국길 마중에도 차기 당권을 둘러싼 당·청 간 불협화음은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힘들지 않은 인생 어디 있겠나"…정청래, 불출마 압박에 심경 토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5분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했습니다. 공항에는 김 총리와 정 대표,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나와 이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청와대에서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익표 정무수석이 자리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기 중이던 환영 인사들 앞을 빠르게 지나가며 악수를 나눴습니다. 이 대통령과 가장 먼저 악수한 김 총리는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했고, 이 대통령과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정 대표는 순방 기간 논란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을 영접하는 과정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습니다. 김 총리를 포함해 다른 인사들보다 눈에 띄게 깊숙이 허리를 숙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로부터 인사를 받은 뒤 "수고했다"는 짧은 말과 함께 악수를 건네고 지나갔습니다. 정 대표는 이후 차량에 탑승하는 이 대통령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응시했습니다.
 
정 대표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한 것은 이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앞서 지난 9일 이 대통령의 순방 환송 행사에서 김 총리 등 정부 인사들은 참석했지만, 정 대표를 포함한 여당 지도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의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김 총리가 환송 행사에서 이 대통령을 배웅한 것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김 총리는 주로 귀국 행사 때 모습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김민석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대통령의 출국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도 당·청 관계에 이상기류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정 대표의 환송 행사 불참에 대해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상황을 고려해 청와대와 내각 인사 등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청와대가 정 대표의 참석을 원하지 않았다는 뒷말을 남겼습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환송 행사에 불참한 이후인 지난 10일 당 회의에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언급했는데요. 이에 이 대통령은 13일 X(엑스·옛 트위터)에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정 대표는 16일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원'을 강조했는데요. '국민 전체를 봐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지론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이에 정치권에선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면충돌하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정 대표는 당원을 강조하면서도 이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추켜세우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며 몸을 낮추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역대급 외교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 대표는 의원총회 시작에 앞서 김정호·이광재 의원과 악수하면서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나. 흔들리고 젖으면서 가는 게 인생 아니겠느냐"며 최근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에 대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시인인 도종환 전 의원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청래 나와도 '당·청 불협화음'…연임 도전 시 갈등 '최고조'
 
그러나 정 대표의 귀국길 마중에도 당·청 갈등은 일시적 휴전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연임 도전 포기 요구가 공개적으로 표출된 가운데 정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여권 내 갈등은 언제든 분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차기 당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권도 쥐게 되는 만큼 친청(친정청래)계와 친명계가 물러서지 않는 혈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여권 내 계파 갈등은 당·청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이 사실상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상황에서 정 대표의 연임 도전은 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정 대표는 연임 도전을 결정할 경우,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이 예정된 오는 24일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론가들은 정 대표의 귀국길 마중에도 당·청간 불협화음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정 대표가 귀국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 대통령이 이미 메시지를 발신할 만큼 다 발신했으니 더는 대놓고 얘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귀국 환영 행사 참석 한 번으로 껄끄러운 관계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귀국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고 (당·청 갈등이) 해소 되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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