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역외 코인 선물 거래 ‘폭증’…제도권 밖 방치 계속?
국내 주식 추종 무기한선물
거래량, 코스피 현물 7% 달해
높은 레버리지 등 투기 우려
당국, 마땅한 규제 방법 없어
2026-07-03 09:36:52 2026-07-03 09:36:52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범수 기자] 역외 가상자산(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주가 추종 무기한선물 거래대금이 실제 현물 거래대금의 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외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 수단 없이 고배율 레버리지가 가능하다는 우려 탓에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애셋>이 5일 주요 역외 중앙화거래소(CEX)와 탈중앙화거래소(DEX) 8곳에 상장된 무기한선물(SKHYNIXUSDT) 상품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15~28일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조97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집계 대상 거래소는 CEX 5곳(바이낸스, OKX, 게이트, 바이빗, 비트겟)과 DEX 3곳(하이퍼리퀴드, 아스터, 라이터)입니다.
 
최근 역외 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식을 추종하는 무기한선물을 출시해 거래가 폭증하고 있다.(이미지=디지털애셋)
 
하이닉스 추종 선물 ‘1조’ 거래
 
SKHYNIXUSDT는 스테이블코인 USDT(테더)를 활용해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에 투자할 수 있는 무기한선물을 뜻합니다. 무기한선물은 만기가 없는 디지털자산시장만의 독특한 상품으로, 고배율 레버리지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러나 높은 레버리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 수단이 없고, 역외에 있어 피해 회복 수단 역시 없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상품의 거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내 SK하이닉스 현물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5조1891억원,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대금은 약 8조2988억원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종합해 계산하면, SKHYNIXUSDT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코스피 현물의 7%,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13%에 달하는 셈입니다. 이 상품은 6월 초에 출시됐는데 출시 한 달 만에 거래 규모가 코스피 현물의 7%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는 뜻입니다.
 
코인 침체…전통자산 선물 주목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식 추종 무기한선물이 최근 주요 역외 거래소에 상장되고 있는 배경에는 디지털자산시장 침체와 해당 종목의 주가 변동성 증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시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이낸스, 하이퍼리퀴드를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10~11일 사이 2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청산이 있었는데, 이는 디지털자산시장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문제는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으로 시장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디지털자산 시가총액 1위 BTC(비트코인)는 지난해 10월 12만달러에서 올해 6월 6만달러로 짧은 기간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런 하락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낼 상품을 찾던 역외 거래소들은 국내 주식 추종 무기한선물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아주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변동성이 크면 투기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 주식은 인공지능(AI) 열풍과 그에 따른 반도체 활황으로 주가가 연일 급변하고 있고,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달 22일 장중 한때 삼성전자(우선주 제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이에 DEX들은 올해 초부터 국내 주식 추종 무기한선물을 출시했고, 6월 들어 바이낸스·OKX 등 대형 역외 거래소들도 관련 상품 출시에 나섰습니다.
 
국내 주식 추종 무기한선물이 거래소들에게 효자종목 역할을 했다는 건 거래소 내부 자료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SKHYNIXUSDT는 최근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거래소 바이낸스 내 달러 스테이블코인 기반 무기한선물 중 거래대금 1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SKHYNIXUSDT 등 국내 주식을 추종하는 상품 3종은 지난달 2~28일 바이낸스 무기한선물 거래 중 3%를 차지했습니다. DEX 하이퍼리퀴드에서도 SKHYNIXUSDT는 연일 거래대금 상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 장치는 없어
 
문제는 역외 거래소는 규제 관할의 범위 바깥에 있는 만큼 강력한 투자자 보호 수단이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SKHYNIXUSDT의 경우 하이퍼리퀴드에서는 레버리지 10배, OKX에서는 20배, 바이낸스에서는 최대 50배까지 적용이 가능합니다. 레버리지가 50배라는 건 상품 가격이 2%만 변해도 증거금이 청산될 수 있어 투자 위험도가 아주 높다는 뜻입니다. 
 
역외 거래소의 거래 규모는 점점 커져가는데 이를 규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우리 당국 입장에서도 골치거리입니다. 역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내국인과 관련 자금 규모가 상당한데, 바이낸스나 하이퍼리퀴드 등의 거래소를 규제할 법률 자체가 국내엔 없기 때문입니다. 바이낸스는 국내 주식 추종 무기한선물에 한해 국내 이용자 접근을 막고 있지만 여전히 우회할 방법은 존재합니다. 또한 고객확인(KYC)을 하지 않는 DEX로 가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내국인의 이용을 완전히 차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올해 초 구글이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거래소들의 앱 지원을 막을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현재까지 바이낸스 등 역외 거래소는 모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지원되며 차단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시장을 규제하는 법률은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입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에 불과합니다. 특금법도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와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다루고 있어 역외 거래소에는 손이 닿지 않습니다. 현재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내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로 영업 행위를 하는 불법 가상자산사업자를 단속하고 있는 게 사실상 전부입니다. 무기한선물의 국내법상 정의가 부재한 상황이고, 기본법상 인가 제도마저 없는 상황에서 역외 거래소를 규제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제도권 편입’…미국 시도 주목
 
미국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역외 시장 대신 자국으로 수요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최근 칼시,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미국 기업들의 무기한선물 상품을 승인했습니다. 기존 상품거래법상 선물 규제를 활용해 무기한선물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규제가 미치는 이런 거래소들은 실제로 고배율 레버리지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비트코인 무기한선물을 승인받은 칼시는 레버리지 최대 2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셀리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무기한선물의 극단적인 레버리지는 역외거래소들의 특성이지, 계약 구조 자체에 내재된 건 아니다"라며 규제 범위 안에 있는 상품은 역외 상품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국내에서도 이런 종류의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단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합법적으로 규제된 디지털자산 파생상품시장을 만들어 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고 투자자 보호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범수 기자 cmsbumsu@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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