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상생금융과 포용금융 실적 종합평가 체계를 만들기로 했지만, 부실 위험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평가 체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실적을 평가해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인데요. 당국은 실적 우수 은행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지만, 은행이 부담해야 할 신용위험과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상생·포용금융도 은행별 성적표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분기 내에 은행권 상생금융과 포용금융에 대한 종합평가 체계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상생금융 평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실적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평가 체계를 시행한 뒤 운영 결과 등을 살핀 뒤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포용금융 평가는 전체 은행권을 대상으로 합니다. 중·저신용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 서민금융 지원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당국은 새희망홀씨를 비롯한 각종 서민금융 공급 규모는 물론, 포용금융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은행의 지배구조 적정성을 핵심 평가 지표로 삼을 계획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평가 결과 공개가 은행 입장에서는 사실상 '줄 세우기'식 경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국이 특정 규모의 공급 목표를 직접 할당하지 않더라도 은행별 실적과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 하위권 금융사에는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권에서는 과거 예대금리차 공시가 비슷한 사례로 거론됩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하고 있는데요. 은행별로 대출자 신용도와 대출 포트폴리오, 정책금융 취급 규모 등이 다른 상황에서 예대금리차 수치가 단순 비교되면서 은행별 순위를 매기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상생·포용금융 평가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은행마다 자본 여력과 고객 구성, 영업 기반이 다른 상황에서 금융지원 실적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경우 같은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가 체계를 만들면 결국 시장에서는 어느 은행이 몇 등인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회사별 여건이 다른데 결과만 놓고 비교하면 자율적인 경쟁이라기보다 사실상 정책금융 공급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민금융 출연금 감경 등 인센티브 체감도 낮아
금융당국은 상생·포용금융 관련 종합 평가에서 우수한 은행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민금융 관련 출연요율 산정 과정에서 혜택을 주거나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 평가 결과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입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생·포용금융 확대에 따른 대손비용과 자본비용은 은행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반면, 평가 우수 금융사에 제공되는 혜택은 간접적이거나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서민금융 출연요율 일부 감경의 경우 포용금융 공급 확대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신용위험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비용까지 감안하면 출연금 일부 감면만으로 충분한 유인이 되기 어렵다는 게 은행의 판단입니다.
평가 결과가 우수한 금융사에 대한 감경뿐 아니라 부진한 금융사에 추가 부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경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평가 순위가 낮을 경우 평판 부담에 더해 비용 부담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센티브라고 표현하는데 상위 실적 은행이 아닌 곳이 대부분이어서 제재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면서 "금융사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에 비해 현재 거론되는 인센티브가 충분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거 금융당국이 도입한 지역재투자평가 사례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지역재투자평가는 은행이 지역에서 받은 예금 등을 해당 지역의 중소기업과 서민 등에 얼마나 다시 공급했는지를 평가하는 제도입니다.
금융당국은 평가 결과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의 금고 선정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평가를 잘 받은 금융사에 실질적인 영업상 혜택을 제공해 지역금융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실제 금고 선정 과정에서 지역재투자평가 결과가 금융사의 영업 전략을 바꿀 정도의 유인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자체 금고 선정에는 금리와 이용 편의성, 지역사회 기여, 협력사업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하는 만큼 특정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것만으로 금고 유치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보증 확대와 정책금융기관의 위험 분담, 관련 금융에 대한 자본 부담 완화 등 직접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에 포용금융 실적을 경쟁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공급 규모를 늘리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평가와 공개만으로 정책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책 목적에 맞는 금융 공급을 요구한다면 금융회사가 추가로 부담하는 위험과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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