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8G 압력에 눈앞 '깜깜', 이마엔 구슬땀 '뚝뚝'…화려한 에어쇼 뒤 땀방울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비행 체험기
2026-08-10 06:00:00 2026-08-10 06:00:00
<뉴스토마토> 이석종 기자가 지난 6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T-50B 항공기 7번기 후방석에 탑승해 비행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공군)
 
[원주=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활주로를 향해 빠르게 하강하던 T-50B 항공기. 활주로 상공을 낮게 수평으로 비행하던 다른 T-50B 항공기와 부딪칠 듯 스치더니 그 주변을 빙글빙글 세 바퀴 돈 후 방향을 급선회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눈앞 풍경은 흐릿해졌고, 구토감이 밀려왔습니다. 이 순간 지상에서는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을 겁니다. '이젠 더 이상 견디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언제 그랬냐는 듯 항공기는 자세를 가다듬고 평온함을 되찾았습니다. 불과 10여초. 블랙이글스 7번기 후방석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중력의 8배(8G)에 가까운 압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T-50B 항공기가 착륙했을 때 비행복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다리는 후들거려 땅을 딛고 서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공군이 지난 6일 마련한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기동 체험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을 땐 미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저 블랙이글스가 국산 초음속항공기 T-50B로 기종을 바꾼 후 언론에 처음으로 제공하는 특별한 기회라는 설명에 설레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지상에서만 바라보던 블랙이글스의 화려한 에어쇼를 조종사의 시선에서 이해하고 기록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014년 2월 블랙이글스가 처음으로 기체를 분해해 화물기로 수송하지 않고 자력으로 날아서 해외 에어쇼에 참가할 때 첫 구간에서 얌전히 날던 T-50B를 탔던 터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뉴스토마토> 이석종 기자가 지난 6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T-50B 항공기 7번기 후방석에 탑승해 비행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공군)
 
최대 성능 기동 담당 7번기 탑승
 
오전 10시30분. 조종복에 헬멧과 비상탈출장치 결속용 하네스 등 장구류를 갖춘 채 블랙이글스 조종사들과 함께 공군 원주기지 내 239특수비행대대를 나서 정비를 마친 T-50B가 기다리고 있는 격납고로 향했습니다. F-15K 조종사 출신 김정원 대위가 모는 7번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7번기는 '솔로-1' 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입니다. 블랙이글스 T-50B 항공기의 최대성능 기동을 담당하는 기체입니다. T-50B의 최대 중력가속도(G-FORCE) 8G를 활용해 항공기 선회 능력을 보여주고, 수직 나선 강하(Spiral) 기동을 수행합니다. 8대의 블랙이글스가 분리기동을 할 때 분대별 기동이 적절히 전환되도록 조절하는 임무를 담당합니다. 8번기(솔로-2)와 함께 블랙이글스의 시그니처 기동인 '태극' 기동도 수행합니다. 7번기 조종사 김 대위는 "단 한순간도 항공기와 자신에게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비행에 임하고 있다"며 "고도의 집중력으로 특수비행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고 평소 비행에 임하는 각오를 말했습니다.
 
항공기에 탑승해 후방석 좌석에 앉아 장구류 결속과 기체 점검 등을 마치자 우렁찬 엔진음과 시동이 걸렸고, 조종석 캐노피가 덮히자 에어컨 바람도 시원하게 나왔습니다. 이날 비행훈련에 참가한 6대의 항공기들이 1번기부터 순서대로 격납고를 나와 유도로를 따라 활주로로 이동하는 모습은 잘 빠진 검은색 스포츠카들이 레이싱을 위해 서킷에 들어서는 것 같았습니다. 오전 11시 관제탑의 이륙허가가 떨어지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좁은 간격으로 '오와 열'을 맞춘 6대의 검독수리가 활주를 박차고 구름 한 점 없는 한여름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뉴스토마토> 이석종 기자가 탑승한 블랙이글스 7번기가 8번기와 함께 '태극' 기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군)
 
이날 비행 예정 시간은 40분. 원주기지를 이륙해 스칠 듯 날개를 맞대고 동쪽으로 이동하며 10여분간 스트레칭하듯 몸을 푼 블랙이글스 항공기들이 기수를 서쪽으로 돌려 원주기지 상공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디스플레이 기동(에어쇼)이 시작됐습니다. 헬멧에 장착된 통신 장비를 통해 "이제 시작합니다"라는 김 대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찔한 비행이 이어졌습니다. 초반은 블랙이글스의 정교한 편대비행을 보여주는 구성이었습니다. 독수리 대형으로 날개를 맞댄 항공기들이 하늘로 솟구치는 수직 원형 비행인 '루프' 기동으로 비행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우주까지 도약해 평화와 발전에 이바지하는 공군을 형상화한 기동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다음은 '턴' 기동. 블랙이글스 편대가 시속 약 700~800㎞로 고속비행하면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대형을 바꿔가며 방향을 전환하는 기동이었습니다. 이어진 '웨지 롤' 기동 역시 빅토리 대형을 이룬 블랙이글스 항공기들이 옆으로 돌면서 한 마리 독수리처럼 정교한 편대비행을 하며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줬습니다. 캐노피 밖으로 바짝 붙어서 때로는 한 몸처럼, 때로는 각자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항공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매우 정교한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정교한 편대비행이 끝나자 이번엔 블랙이글스의 대표 기동이자, 해외 에어쇼에서 교민들의 눈시울을 붉히는 '태극' 기동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란히 날던 7번기와 8번기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앞뒤로 비행하다 중간에 갈라져 푸른 하늘에 태극 무늬를 그리는 편안한 비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땅에서 보기엔 완만한 선처럼 보이지만 고속으로 비행하는 초음속 항공기가 선회하면서 받는 압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태극을 다 그린 후 '잠시 한숨을 돌리라'는 김 대위의 목소리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최상위 포식자 '검독수리' 진면목
 
다른 블랙이글스 항공기들의 기동이 이어지는 동안 잠시 한숨을 돌린 7번기는 본격적으로 '하늘의 최상위 포식자' 검독수리의 진면모를 보였습니다. '락앤롤' '더블 헬릭스' '디징 브레이크' 기동이었습니다. T-50B 항공기의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기동들이었습니다. 기사 맨 앞부분에 소개한 기동은 최고난도 기동인 '더블 헬릭스'. 두 대의 항공기가 한 대는 정상, 다른 한 대는 뒤집은 채로 거의 붙어서 날고 있으면 다른 두 대의 항공기가 이 두 대의 항공기 주위를 감싸듯 3바퀴를 나선형으로 돌면서 빠져나가는 기동입니다. '락앤롤' 기동은 두 대의 항공기가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하며 절묘한 타이밍으로 서로 부치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마지막 기동은 '디징 브레이크'였습니다. 블랙이글스 편대가 정면에서 나란히 진입한 뒤 동시에 교차 후 흩어지면서 아찔한 순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계획된 모든 비행이 마무리되고 활주로에 내려앉은 6대의 검독수리가 격납고 앞에 도착하자 캐노피가 열렸지만 쉽게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정비사의 도움으로 고정장치를 풀었지만 이미 힘을 잃은 다리 근육이 의지대로 움직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행하는 동안은 몰랐었는데 조종복 등판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고, 헬멧 사이로도 굵은 땀방울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괜찮냐'고 여러 번 묻던 김 대위가 자신은 하루에 한두 번씩 매일 이런 비행을 한다고 하는 말에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는 이미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영국, 호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 전 세계를 누비며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과 한국 공군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관람석에서는 보이지 않던 하늘의 풍경과 조종사의 시선, 한 번의 비행을 완성하기 위해 들인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체험하면서 '블랙이글스'의 명성이 쉽게 얻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편대가 지난 6일 <뉴스토마토>  이석종 기자를 포함해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태우고 고난도 기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군)
 
국위선양 선봉 T-50B 항공기 성능개량 시급
 
블랙이글스는 다음 달 또다시 원정길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번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여정입니다. 국위선양을 위한 발걸음에 박수를 보내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블랙이글스 T-50B 항공기의 항속거리입니다. 특수비행 목적으로 제작된 항공기라 연료탱크도 작고, 공중급유도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약 2시간 단위로 기착을 해야 합니다. 군용 항공기가 기착지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착지를 찾는다고 해도 정비나 급유 등 각종 여건이 국내와 달라 애를 먹는 모습을 직접 본 경험도 있습니다. 공군이 추진하는 T-50B 항공기에 공중급유 기능 추가하는 성능 개량이나 공중급유가 가능한 KF-21로의 기종 교체가 필요해 보입니다.
 
원주=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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