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단독)SPC, 가맹점주에 "용역계약 해지하라"...내팽개친 '사회적합의'
SPC그룹, 점주들에게 "PB파트너즈 계약해지" 종용 정황 잇따라
점주들 '월세 수준' 용역비에 전전긍긍…'자체 점포' 제안에 솔깃
전문가들 "SPC그룹, 직고용 인건비 늘자 '사회적합의' 허무는 중"
2026-08-10 06:00:00 2026-08-10 06:00:0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에게 자회사인 PB파트너즈와의 제빵기사 용역계약 해지를 은밀히 권유해 온 걸로 확인됐습니다. SPC그룹으로선 수익성 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점주들에게 자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라고 부추기는 기이한 행보입니다. 2018년 불법파견 논란 끝에 '사회적 합의'로 PB파트너즈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직고용했던 SPC그룹이 적자 누적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사회적 합의를 내팽개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용역비 비싸면 사설 기사 써라"…SPC의 은밀한 '권유'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는 매달 600~700만원 상당의 용역비를 PB파트너즈(SPC그룹 지주사인 상미당홀딩스의 자회사)에 내고 제빵기사를 공급받습니다. 그런데 최근 SPC그룹에선 점주를 찾아가 "용역비가 비싸면 (제빵기사 용역) 계약을 해지하고, 사설 기사를 자체 고용하라"고 권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심지어 사설 기사들을 점주에게 직접 알선해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본사 제조장(상미당홀딩스 소속 관리자)에게 '요즘은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더니, '힘들면 용역계약 해지하고, 자체 점포로 전환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권유했다"고 전했습니다. 자체 점포는 점주가 직접 빵을 굽거나 PB파트너즈 소속이 아닌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매장을  말합니다. 
 
점주 B씨도 "예전엔 용역계약 체결을 일부러 압박하더니, 최근엔 본사 제조장이 먼저 자체 점포 이야기를 꺼내길래 놀랐다"며 "예상 매출이 높지 않은 신규 오픈 매장은 본사 점포개발팀이 처음부터 아예 자체 점포를 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충청 지역의 한 매장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C씨는 "본사 제조장이 퇴사한 기사들에게 전화를 자체 점포에서 일하는 걸 제안했다"며 "사설 기사로 점주에게 고용되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런데도 본사 제조장은 '자체 점포에서 임금을 올려 자신의 값어치(임금 수준)를 높이라'는 식으로 말하더라"고 했습니다. 
 
이런 정황들을 토대로 본다면 PB파트너즈와의 제빵기사 용역계약 해지 권유와 자체 점포 전환 제안, 제빵 계약에 대한 사설 기사 알선 등은 그룹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조직적 흐름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3월 서울 시내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세 맞먹는 용역비…점주들 "사회적 합의 전보다 2배↑"
 
용역비 부담으로 전전긍긍하는 점주들 입장에선 용역계약 해지 권유에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용역비는 생지 등 원재료 매입량이 많을수록 제빵기사의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더 높게 책정되는 구조입니다. 매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제빵기사 1명당 매달 600만~700만원에 달하는 용역비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점주들 사이에선 "월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용역비 탓에 점주가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게다가 제빵기사의 월급은 월 300만원 선에 불과하고, 나머지 용역비에 대한 세부 내역은 점주들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이에 점주 B씨는 "전체 용역비에 비해 정작 제빵기사가 가져가는 건 너무 적다"면서 "용역비 세부 내역도 모르니까 용역비가 정작 어떻게 쓰이는지 의문만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점주들에 따르면, 현재의 용역비는 2018년 사회적 합의로  PB파트너즈가 설립되기 전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는 겁니다. 점주 C씨는 "용역비가 이렇게나 증가한 건 SPC그룹이 점주들에게 PB파트너즈 유지와 제빵기사 직고용 비용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회적 합의 8년 만에 무력화?…직고용 제빵기사 30%↓
 
앞서 2017년 9월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고용 구조를 불법파견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인 제빵기사들에게 실질적으로 업무 지휘를 하고 있다고 판단해서입니다. 노동부는 SPC그룹에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직고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이를 거부해 불법파견 사태가 장기화될 위기에 처하자 이듬해 1월 노사와 가맹점주, 정당, 시민사회는 '자회사 직고용' 방식의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게 PB파트너즈를 통한 제빵기사 용역계약입니다.
 
그러나 높은 용역비 부담에 SPC그룹의 용역계약 해지 권유까지 겹치면서 가맹점으로 PB파트너즈 제빵기사가 투입되는 숫자는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올해 기준 전체 가맹점 3268곳 중 1928곳(59%)만 PB파트너즈와 제빵기사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나머지 1340곳(41%)은 자체 점포입니다. 2018년 PB파트너즈가 출범 당시 제빵기사는 5300여명이었는데, 현재 3800명만 남았습니다.  
 
증여세를 회피하려고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24년 2월2일 1심에서 무죄를 받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SPC 측 "손해 본다" 대 전문가들 "SPC, 고용책임 회피" 
 
SPC그룹 측은 오히려 PB파트너즈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PB파트너즈는 가맹점에 제빵기사를 공급하는 것만으로 매출을 올립니다. 이에 SPC그룹은 PB파트너즈가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지난해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411억원)인 점을 들어, 용역비로 이익을 취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SPC그룹의 주장은 PB파트너즈와의 제빵기사 용역계약 해지 권유와 자체 점포 전환 제안이 조직적으로 일어나는 상황과 모순됩니다. 제빵기사 용역계약이 줄어 PB파트너즈가 용역비를 못 받으면 이 회사의 자본잠식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합니다. 모기업인 상미당홀딩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왜 SPC그룹은 이런 수익성 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점주들에게 용역계약을 해지하라고 부추기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점주들의 용역비 부담을 악용해 제빵기사에 대한 고용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말 사회적 압박 속에 '자회사 직고용'으로 타협했지만, SPC그룹으로선 인건비가 계속 짐이 되는 상황"이라며 "스스로 그(자회사와의) 관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어 "점주들은 용역계약 해지와 자체 점포 전환 등으로 단기 비용을 아낄 수 있겠지만, SPC그룹으로선 오히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품질을 문제 삼을 수 있게 된다"며 "이번 기회로 점주를 통제할 기제까지 얻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차유미 한신대 연구교수 역시 "PB파트너즈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모기업의 종속 기업으로, 직원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 특별한 대응도 못 하고 있다"며 "모기업이 허영인 회장 일가 가족회사로 노사 관계에서 굉장히 보수적이고 전근대적인 만큼 PB파트너즈에 소속된 제빵기사 숫자를 줄여 노조를 영향력 아래 두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SPC그룹에 △가맹본부가 용역계약 해지를 종용하는 이유 △용역비가 과다하다는 주장 △점주들을 앞세워 제빵기사 일자리를 줄이려고 한다는 지적에 대해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SPC 측 "용역 해지 권유, 사실무근…용역비, 정당 산정"
 
이에 대해 SPC그룹 측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아래와 같은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PB파트너즈에 지급되는 용역비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제빵기사 한 명의 임금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빵기사의 휴무·휴가·결원 등에 대응하는 지원기사와 품질관리 인력 운영비가 포함돼 있으며, 기본급 외에도 식대, 휴가비, 자녀학자금,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등 복리후생비와 퇴직충당금, 4대보험, 노무관리 비용 등이 함께 반영됩니다. 따라서 제빵기사 개인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전체 용역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만을 기준으로 용역비가 과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실제 인력 운영에 소요되는 전체 비용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입니다.
 
PB파트너즈는 2025년 약 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손익구조를 고려할 때, PB파트너즈가 용역비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오히려 PB파트너즈는 제빵기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이 부담하는 PB파트너즈 제조기사 용역비의 약 30%를 지원하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가맹점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PB파트너즈 역시 운영 효율화를 통해 가맹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맹점의 수요 변화에 맞춰 신규 채용 규모와 인력 배치를 조정하는 등 재직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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