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사관학교 개혁
서남열 국방안보포럼 회장
2026-08-10 06:00:00 2026-08-10 06:00:0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세 번의 쿠데타를 일으키고도 처벌받지 않은 육사 집단"에 대한 강력한 개혁 의지를 표명하자, 예비역과 보수 논객들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의 요지를 들여다보면 상식과 법치, 국민 정서 및 역사의식을 벗어난 빈약한 논리와 본질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이 반발하는 첫 번째 무기는 정부가 육사 출신 전체에게 연좌제를 적용해 '집단 책임'을 묻고 있다는 프레임이다. 이는 명백한 본질 왜곡이다. 5·16, 12·12, 그리고 12·3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헌정을 흔든 쿠데타는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었다. 육사 출신 핵심 지휘관들이 선후배 간의 유별난 연대의식과 맹목적 상명하복 문화 속에서 조직적으로 감행한 헌정 파괴 중대 범죄였다. 상관의 지시를 헌법의 잣대로 선별하고 거부하는 지성적 장치는 온데간데없이, 선후배 간 카르텔 아래 국가 무력을 순식간에 내란의 도구로 전락시킨 핵심 실행 주체가 바로 그들이었다. '제복 입은 시민'의 정신을 팽개친 장교단과 양성 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것은 통수권자의 당연한 국가적 책무다.
 
두 번째는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더 큰 조직이 탄생되어 더 위험한 쿠데타 세력이 될 것"이라는 궤변이다. 그간 폐해가 된 육사 카르텔의 동력은 '규모'가 아니라 특정 군종의 폐쇄적 '독점'에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국군사관학교로의 통합은 육·해·공군의 입체적 지성과 다양한 가치관을 결합하는 과정이다. 특정 집단이 위헌적 음모를 꾸미려 해도, 다영역적 사고를 갖춘 장교단 내부에서 상호 견제와 감시, 경고 메커니즘이 즉각 작동하게 된다. '폐쇄적 사적 충성'을 '헌법적 지성 네트워크'로 대체하라는 것이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다.
 
세 번째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여론을 수렴하며 천천히 하자"는 물타기 주장이다. 3군 사관학교 통합 교육 체계 구축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국방 안보 분야의 핵심 과제로 검토되어 온 안보 백년대계다. 더욱이 무력으로 국회와 국민을 위협한 헌정 파괴 사태를 목도하고도 '여유로운 공론화'를 핑계로 기약 없이 개혁을 미루자는 것은, 국가 안보의 헌법적 결함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무책임한 소리다. 이는 개혁의 시급성을 왜곡하고 변화를 거부하기 위해 부어 넣는 전형적인 '절차적 지연(Stalling) 프레임'에 불과하다.
 
군이 특정 권력의 사병(私兵)이나 '왕의 군대'로 전락하지 않도록 헌법 가치를 뼛속 깊이 내면화하고, 특정 출신의 보직 독점을 혁파하는 체질 개선이야말로 참된 강군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사관학교 개혁은 정략적 보복이 아닌, 헌법을 수호하는 '국민의 군대'를 세우기 위한 시대적 당위다. 개혁 반대파들은 연좌제라는 무책임한 프레임 뒤에 숨어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역사를 직시하고 국민 앞에 겸허히 성찰하는 것만이 붕괴한 장교단의 명예를 다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서남열 국방안보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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