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흔드는 '식량안보'…가격폭등 넘어 '물량차질'
벼랑 끝에 설 한국의 식량안보
주요 식량작물 대부분 수입에 의존
밀·옥수수·콩 상위 4개 수출국 '과점시장'
"식량안보 위기 대응 체계 재설계해야"
범정부 '식량위기대응본부' 통합 필요
2026-10-06 17:29:57 ㅣ 2026-10-06 17:40:25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세계 각국의 식량보호주의 조치가 확산되면 전 세계적 식량안보는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종전의 ‘가격 변동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실제 공급망 차질 및 물량 확보 실패’에 대비한 단계별 위기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과거 식량 위기가 재고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2026년 4월21일 서울 시내 마트에서 고객들이 빈 장바구니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곡물·식량자급률↓…국제 곡물 수입액↑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분석을 보면, 지난 2023 양곡연도 기준 곡물자급률은 22.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품목별 자급률은 콩 9.3%, 밀 1.1%, 옥수수 0.8% 수준으로 대외 의존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2023년 기준 밀, 옥수수, 콩 3대 곡물의 수입액은 총 8조8579억원에 달해 전체 농업생산액의 14.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논콩 활성화 정책에 따라 콩 자급률이 개선됐지만 쌀 생산 기반 감소 및 기타 작물의 수입 의존으로 전체 곡물자급률(21.6%) 및 식량자급률(47.9%) 하락을 보여왔습니다. 국제 곡물 가격 안정세에도 고환율 영향이 지속되면서 3대 곡물(밀·옥수수·콩) 수입액 규모는 여전히 전체 농업생산액의 14%~15% 수준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부 생산 기반은 심각한 고령화로 약화되고 있는 게 현주소입니다. 2023년 농가 경영주 연령 분석 결과, 60~69세가 34.2%, 70세 이상이 47.8%로 60세 이상 고령 농가가 전체의 82.0%를 차지합니다. 
 
39세 이하 청년 농업인은 0.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최근 조사 결과에서는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7.7세까지 치솟았습니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 경영주가 44.1%, 60대가 34.7%로 60대 이상 고령 경영주 비율이 전체의 7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39세 이하 청년 농가 경영주 비중은 1.1%(40대 이하 전체를 포함해도 5.5%)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농촌의 세대교체 단절과 식량 생산 기반의 유지는 더욱 심각한 위기를 방증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국제 곡물 시장은 소수 국가가 생산과 수출을 독점하는 과점적 구조입니다. 상위 4개 수출국의 점유율(CR4)은 밀 60%, 옥수수 86%, 콩 92%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발생한 22건의 식량 수출 제한 조치는 전 세계 교역 칼로리의 6.2%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분석을 보면, 식량안보 위기 시 정부가 관리할 식량의 범위에 대한 전문가 조사 결과에서 곡물(쌀, 밀, 콩)과 잡곡류(옥수수), 축산물(계란, 육류), 설탕류, 유지류의 순으로 응답 비중이 높았다. (출처=승준호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해외 주요국 선제적 법제화
 
이에 따라 해외 주요국들도 선제적인 법제화와 매뉴얼 정비에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은 2025년 4월1일 ‘식량공급곤란사태대책법’을 시행, 공급 차질 징후가 포착될 때부터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최악의 단계 공급 열량(칼로리) 중심의 생산 전환 및 공정한 할당·배급 제도를 구축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식량안보 위기 대응 메커니즘(EFSCM)을 통해 공급망 위기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다진 바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는 조기 경보를 즉각적인 조기 행동으로 연결하는 EWEA(Early Warning-Early Action) 메커니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구원의 시뮬레이션 분석을 보면, 수입 제한으로 밀·콩·옥수수 등 2개 이상 품목의 공급 차질이 1년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3단계) 발생 시, 칼로리 자급률을 현행 수준(29.4%)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계 논 작물인 ‘보리’와 밭작물인 ‘콩’의 전략적 증산이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밀, 콩, 옥수수가 동시에 수입 불가능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국내 경지면적을 적극 활용해 칼로리 보장 비율을 100% 유지하도록 생산 구조를 전환할 경우, 칼로리 자급률을 최대 86%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수입이 전면 차단되면 타 작물로의 대체 수입 역시 용이하지 않은 만큼, 최후의 보완책으로서 현행 국내 경지면적 유지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국제 곡물 조기 경보 시스템도 단순 가격 예측과 모니터링에 집중돼 있어 실질적인 물량 확보 차질 시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게 농경연 측의 지적입니다. 승준호 농경연 부연구위원(연구총괄)은 식량 공급 부족의 지속 기간과 심각성을 고려한 4단계(0~3단계) 위기관리 체계의 정립을 제안했습니다. 
 
승준호 농경연 부연구위원(연구총괄)은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분석을 통해 식량 공급 부족의 지속 기간과 심각성을 고려한 4단계(0~3단계) 위기 관리 체계의 정립을 제시했다. (출처=승준호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위기관리…컨트롤타워 격상 '핵심 과제'"
 
제안된 위기관리 체계의 정량적 기준에 따르면 주요 품목의 공급량이 평년 대비 20% 이상 감소하는 상황을 ‘2단계 위기’로 지정하고, 국민 1인당 1일 공급 열량이 1850kcal를 하회할 위험에 직면하는 최고 수준을 ‘3단계 위기’로 두는 식입니다.
 
위기 단계에 따른 컨트롤타워의 격상도 핵심 과제입니다. 컨트롤타워는 1~2단계의 농림축산식품부 중심 ‘식량위기대응위원회’에서 최악의 3단계 발생 시 국무총리가 이끄는 범정부 ‘식량위기대응본부’로 격상한 통합 대응을 제시했습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식량안보위원회를 설치해 식량안보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지원·대응 체계 구축의 근거를 담은 ‘식량안보 기본법안(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이와 함께 승준호 부연구위원은 “평시 식량 비축시설·비축량 확대, 중앙정부·지자체·민간이 참여하는 ‘식량 위기 대응 기금’ 조성을 검토하는 한편, 실제 위기 상황을 가정한 정기적인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관계기관과 생산자, 민간업계의 역할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4년 8월9일 인천 지역의 한 논에서 곡물을 건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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