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의 복잡한 ‘감사’
2026-08-25 10:01:38 2026-08-25 10:01:38
지난 6월, S26 울트라 신형 휴대폰을 새로 구매하자마자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이 열렸다.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뭐라도 하나 사려고 마음먹었다. 세탁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오래된 작은 김치냉장고가 떠올랐다.
 
동생 회사에서 임직원 복지 혜택으로 제공하는 삼성 온라인 몰을 찾았지만, 한 달 뒤에야 배송이 가능했다. 축제는 7월 5일이면 끝나는데 3주가 지나서야 물건이 도착한다니. 쿠팡을 뒤졌더니 이틀 뒤 배송이 가능했다. 그렇게 바로 구매했다.
 
삼성의 서비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날 배송 기사로부터 걸려온 설치 안내 전화부터, 당일 아파트 단지 입구를 통과하며 전해온 도착 연락까지. 기사는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알려준 뒤, 설치 직전 페스티벌 신청에 필요한 김치냉장고 뒷면 명판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섬세함까지 보여줬다.
 
감동은 여기까지였다. 상품권을 신청하기 위해 접속한 삼성닷컴은 거대한 미로였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신청하기’라는 글자는 맨눈으로 찾기 버거울 만큼 깨알 같은 크기로 왼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 숨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6월 당시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 홈페이지. 홍보 문구들 속 정작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신청하기’ 버튼은 화면 맨 하단 왼쪽에 깨알같은 글씨로 쓰여 있다.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삼성 아이디로 로그인했는데도 본인 인증 절차가 이어졌다. 휴대전화 인증과 이메일 인증을 하고 나면 왜 필요한지 알기 어려운 과정들이 차례로 발목을 잡았다. 영문 이니셜은 왜 또 입력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삼성 아이디가 있고 로그인을 마쳤는데 말이다.
 
숫자 0인지 알파벳 O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작은 글자들을 보며 겨우 시리얼번호를 입력하면 또 모델코드를 요구하고, 그 다음에는 이 글자들이 쓰여 있는 명판 사진을 첨부해야 했다. 구매내역서와 영수증, 거래명세서는 또 어떤 차이기에 각각 첨부하란 것일까. ‘감사(感謝)’ 페스티벌인데, 정작 소비자가 받는 건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증하는 ‘감사(監査)’에 가까웠다.
 
기자인 나조차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인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이 과정을 과연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신청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서야 디지털 온누리 앱에 들어온 혜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70대 부모님이 ‘터치 한 번’으로 신청하는 시대다. 글로벌 AI 혁신을 이끈다는 초일류 기업의 시스템이 이토록 복잡하다니. 조금 더 직관적일 순 없었을까. 정부 시책에 못 이겨 억지로 내어주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온라인에는 “AI 선봉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시스템”, “고객 기만”이라는 탄식이 이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노 어린 글들도 눈에 띄었다. 일주일 넘게 하루 3~5시간씩 전화를 붙들고 있다 간신히 고객센터에 연결된 한 이용자가 상담원으로부터 들은 답변은 겨우 “예상보다 많은 관심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였다고 한다. 서류 접수 후 보완 요청이 끝도 없이 이어지자 국민 청원까지 올린 이도 있었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의 진정성을 좌우하기도 한다. 혜택을 내어주고도 도리어 ‘피로감’으로 기억된다면, 결국 ‘고객 경험’이라는 가장 중요한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일 게다. 더 편리한 미래를 얘기하는 삼성. 초일류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혁신과 배려가 아쉬운 순간이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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