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위기는 일찍 올수록 낫다
2026-11-04 06:00:00 ㅣ 2026-11-04 06:00:00
이재명정부와 여당의 난맥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국정 지지율은 하락한 뒤 30%대 후반에서 답보하고 여당 지지율이 제1야당에 역전당했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정책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가십성 노이즈가 잇따라 터지며 민심은 눈에 띄게 싸늘해졌다. 취임 직후 60%를 넘나들던 우호적 여론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든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의 골도 깊어 보인다. 임기 초의 기대와 지지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한 정부가 5년 동안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 위기는 두세 차례 반드시 찾아온다. 위기 없이 임기를 마친 정부는 없었다. 차이는 위기를 언제 맞았고 어떻게 넘겼느냐에 있었다.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선 정부가 있었고 외면하다 회복 불능에 빠진 정부도 있었다. 위기 그 자체보다 위기를 대하는 태도가 정부의 운명을 갈랐던 셈이다.
 
이 점에서 정부와 여당은 지금의 위기를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길 필요가 있다. 다음 총선까지는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맞는 위기는 수습할 시간도 수단도 없다. 그때는 무엇을 해도 선거용 처방으로 비치고 진정성마저 의심받기 쉽다. 지금의 위기는 체질을 바로잡고 국정을 재정비하기에 충분한 시간과 함께 왔다. 위기를 미리 맞은 것은 불운이 아니라 예방주사에 가깝다. 문제는 이 기회를 살리느냐 흘려보내느냐다.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지 않고 지지층 결집에만 기대는 순간 예방주사는 만성질환으로 바뀐다.
 
위기를 넘는 기준은 언제나 민생과 민심이다. 다만 둘의 역할은 다르다. 민생이 전략 방향이라면 민심은 전술 방안이다. 민생은 흔들림 없이 붙들고 가야 할 북극성이다. 물가와 집값, 일자리와 소득, 자영업자의 한숨과 청년의 불안이 국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평가하는 잣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장바구니 물가와 월세, 일자리다. 지지율이 오르든 내리든 이 방향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 민생을 놓친 정부는 어떤 정치적 기교로도 지지를 되찾을 수 없다. 북극성을 잃은 배는 아무리 노를 저어도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민심은 그때그때 읽고 대응해야 할 전술 방안의 영역이다. 같은 정책이라도 언제, 어떤 순서로, 어떤 언어로 내놓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달라진다. 국민이 불편해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무엇에 실망했는지 세심하게 살펴 속도를 조절하고 설명을 보태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빠르고 분명하게 사과하는 것도 전술이다. 민심을 거스르며 밀어붙이는 정책은 아무리 옳아도 동력을 잃는다. 반대로 민심에만 휘둘려 방향을 수시로 바꾸는 정부는 신뢰를 잃는다. 전략은 굳건히 지키되 전술은 유연하게 운용하는 것, 그것이 국정 운영의 요체다.
 
지금의 어려움은 이 둘의 조율이 어긋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적 쟁점이 국정의 전면을 차지하는 순간 민심은 등을 돌린다. 여기에 사소한 구설과 내부 잡음이 연이어 겹치면 국민은 정부가 내 삶에 관심이 없다고 느낀다. 가십성 노이즈가 무서운 것은 그 자체의 무게보다 정부가 무엇에 집중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키우기 때문이다. 작은 균열이 쌓이면 정부가 이룬 성과마저 가려지고 만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국정의 무게중심을 민생으로 되돌리고 민심의 흐름을 겸허하게 읽는 일이다. 여당은 정쟁보다 성과로 말하고 정부는 국민이 체감할 변화를 하나씩 쌓아가야 한다. 내부 기강을 다잡아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는 것도 당면 과제다. 당정 간 엇박자를 줄이고 한목소리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 책임자들이 자세를 낮추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지율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국민의 삶이 실제로 나아지고 있는지를 매일 점검하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다.
 
임기 초의 희망은 저절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만들어갈 수는 있다. 임기 초 국민이 보낸 지지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였다. 그 기대에 다시 응답하면 된다. 다행히 시간은 아직 정부 편에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정부와 여당의 몫이다. 
 
백승권 비즈라이팅 강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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