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스마트폰에 헌 D램…메모리 품귀에 저가폰 생존전
중고 D램 재사용…원가 부담 고육책
저가폰 출하량…2030년까지 40% ↓
2026-10-21 16:30:18 ㅣ 2026-10-21 16:38:27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중국의 일부 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이 새 제품에 넣을 D램을 폐휴대폰에서 구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가격이 치솟으며 구하기 어려워지자 중고 메모리까지 회수해 다시 장착하는 것입니다. 반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는 마진율이 더 높은 프리미엄 폰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고객을 놓치고, 그대로 팔면 수익이 줄어드는 저가폰 시장에서 각자도생의 생존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샤오미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 저가 제품 비중을 줄이며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샤오미17 시리즈 공개 행사에서 발표하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 (사진=EPA/연합뉴스)
 
2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30년 200달러 미만 저가 스마트폰의 연간 출하량은 2025년보다 약 4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간 2억3000만대 이상 감소하는 규모로, 메모리와 칩셋 가격 상승이 저가폰 시장을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메모리 업체들이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스마트폰용 D램 공급은 빠듯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보급형 제품에 쓰이는 구형 저전력 D램도 공급이 줄어 가격 부담이 커졌습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5월 스마트폰용 저전력 D램인 LPDDR4X와 LPDDR5X의 올해 2분기 평균 판매가격이 전분기보다 각각 70~75%, 78~83%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저가폰 업체들은 부품값 상승분을 떠안으면 수익성이 나빠지고, 판매가에 반영하면 고객 이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부 중국 업체들은 중고 D램으로 부족한 물량을 채우는 배경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후 사업 목표를 낮췄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 중 일부는 재활용 D램 채택을 늘리면서 3분기 말부터 보급형 제품의 생산 목표를 다시 높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요가 회복됐다기보다는 중고 부품을 확보하면서 생산 여력이 생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D램은 기존 스마트폰 등에서 떼어내 검사를 거친 뒤 다른 제품에 다시 탑재하는 메모리 칩입니다. 일부 업체는 보급형 모델에 들어가는 D램을 전량 재활용 제품으로 채우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미 수년간 사용한 칩을 다시 장착하는 것은 품질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품귀가 지속되면서 저가폰 업체들이 중고 칩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사례가 계속 나올 것”이라며 “다만 전체 시장에서 재활용 D램이 차지하는 물량은 많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이 밖에도 샤오미는 저가 제품과 비핵심 해외시장 비중을 축소하고 있으며, 오포는 리얼미·원플러스를 포함한 제품군과 운영 체계를 정비해 비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비보 역시 보급형·중급형 제품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가격 인상과 공급 물량 부족 등의 영향으로 비보의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저가 제품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프리미엄 판매 비중이 높은 업체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중저가폰 시장에는 샤오미·트랜션 등 중국 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10개 모델 가운데 중저가 제품은 갤럭시 △A07 4G(5위) △A17 5G(6위) △A17 4G(8위) 등 삼성전자 제품 3종이었습니다. 삼성전자도 보급형 물량 확대보다는 프리미엄 판매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 시리즈와 폴더블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는 것이 기본 목표”라고 했습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저가폰의 가격대 자체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이반 람 수석연구원은 지난 5일 글로벌 기술 전문매체 ‘레스트오브월드’에 “기존 150달러 미만 제품이 250달러, 심지어 300달러 미만 제품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원가가 2025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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