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중국 게임사들이 개발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국내 게임업계의 생존 전략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 게임을 모방하거나 유통·퍼블리싱을 담당하던 중국 기업들이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해외시장까지 공략하는 등 영향력을 무섭게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흥행작과 수익 모델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새로운 IP를 발굴하고, 수출시장과 유통망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중국의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은 24.2%로 미국(20.9%)을 앞질렀습니다. 반면 한국은 전년(7.8%)보다 0.6%포인트 하락한 7.2%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도 85억346만달러로 전년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중국 게임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우수 인재와 자본의 집중적인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장은 "좋은 개발자와 돈이 몰렸다"며 중국 게임사들이 우리 게임을 철저히 분석하고 학습한 점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반면 국내 게임업계에 대해서는 "혁신 역량의 고갈"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중국 의존도 낮추려면…수출시장·유통망 다변화 과제
2024년 국내 게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9.7%로 가장 높았으며 동남아시아(20.6%), 북미(19.5%), 일본(8.3%)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중국 비중은 전년보다 4.2%포인트 높아졌는데요. 여기에 텐센트 등 중국계 퍼블리셔와의 협력 관계까지 고려하면 단순히 수출 지역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해외시장 개척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위 학장은 북미·유럽 등으로의 시장 다변화에 대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게임의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 굉장히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지 이용자들이 선택할 만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입니다.
킬러 IP 발굴부터 세대교체까지…"안전한 개발 탈피해야"
새로운 킬러 IP 발굴은 수출 다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원신', '명조' 등 자체 IP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반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기존 인기 IP와 검증된 수익 모델에 의존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한국 게임산업은 그동안 검증된 장르와 수익 모델을 반복하는 '안전한 개발'에 머물러 왔다"며 "좋은 IP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인문학적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중심에 두고, 단기 매출보다 IP의 생명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개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적 정서와 글로벌 보편적 가치를 결합한 '크로스컬처텔링(Cross-Culture Telling)'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장르 및 수익 모델의 변화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2024년 국내 게임시장 매출에서 모바일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9.0%에 달한 반면 콘솔게임은 5.0%에 그쳤습니다. MMORPG 중심의 개발 구조와 과금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용자층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최은경 한신대 교수는 "글로벌 이용자들 취향이 콘솔·PC 기반의 패키지 게임으로 굉장히 다변화하고 있는데 (한국 게임산업이) 그 부분에 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본 세가의 '뿌요뿌요'를 사례로 들어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플랫폼 확대 등을 통해 기존 IP를 장기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에는 개별 기업의 투자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필요합니다. 최 교수는 중국과 일본이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국제표준과 산업 의제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관심은 계속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학회장 역시 "신흥시장 현지화와 마케팅 지원, 중소 개발사의 자체 퍼블리싱 역량 강화, 국제 공동 제작 지원 등 국가 차원의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산업 내부의 변화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위 학장은 경영진과 게임사 전반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게임사들과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개발 방식과 사업 전략을 이끌 주체가 등장해야 한다는 진단입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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