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경쟁 새 국면…시선은 ‘산은’으로
경영권 향배, 산은 지분에 달려
공정위, 호반 기업 결합 심사중
한진 “최대주주 지위 되찾을 듯”
2026-11-03 14:49:47 ㅣ 2026-11-03 15:19:02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호반그룹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의 최대주주가 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70억원 규모의 지분 추가 매입을 예고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한진칼 경영권 경쟁이 새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한 KDB산업은행의 행보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요주주인 산업은행의 의결권 행사와 지분 처리 방향에 따라 한진칼의 주주 구도와 경영권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370억5000만원을 들여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일 공시했습니다. 다음달 3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이뤄질 거래가 마무리되면, 조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기존 5.75%에서 6.23%로 0.48%포인트 높아집니다. 이에 따라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기존 20.57%에서 21.05%로 상승할 전망입니다. 한진칼 관계자는 “추가 지분 취득을 통해 최대 주주 지위를 되찾아 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장내 매수를 통해 한진칼 주식을 추가 확보하며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인 20.57%를 소폭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호반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양측의 지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산업은행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산업은행은 현재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한 주요주주입니다. 조 회장 측과 호반그룹의 지분율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의결권 행사는 주주총회 표 대결의 향방을 가를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에도 매각 대상에 따라 한진칼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어느 쪽에 넘길지를 두고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조 회장 측에 지분을 넘길 경우 현 경영진의 지배력을 강화를 지원한다는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고, 호반그룹에 매각하면 국책은행이 민간기업의 경영권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빅딜’을 주도해 온 만큼 지분 매각 역시 당초 투자 목적과 정책적 명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당시 이동걸 전 산은 회장 체제에서 추진된 항공산업 재편의 일환이었습니다. 항공산업 구조개편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내년 상반기인 점을 미뤄보면, 보유 지분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나, 매각 시점과 대상은 여전히 변수입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항공사 경쟁력 제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지분 매각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투자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책은행으로서 투자금 회수는 해야 하지만, 항공산업 재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호반그룹에 지분을 넘기는 것은 산업은행이 내세웠던 정책적 명분과 배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은행은 과거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진칼에 투자했고, 그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라는 중요한 정책적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그렇다면 투자금 회수 역시 이러한 성과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단순히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민간기업에 지분을 매각해 새로운 경영권 분쟁을 초래하는 것은 국책은행의 당초 투자 취지와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기에 지금은 새로운 경영권 경쟁보다는 통합 항공사의 경영 안정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도 경영권 경쟁의 주요 분수령 될 전망입니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에는 산업은행이 추천한 독립이사 3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호반그룹이 이사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경우 경영 참여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의 지분 경쟁이 이사회 구성 경쟁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됩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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