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기사’ 전선 미국서 호주로…고려아연 글로벌 우군 진영 확장세
백순흠 사장 “호주 정부와 논의 중”
폐기물 등 ‘골칫거리’ 해결사 자처
지분 및 자금 투자 가능성도 시사
2026-06-20 12:49:49 2026-06-20 12:49:4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에 이어 호주가 고려아연(010130)의 새로운 ‘백기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지 제련업계가 호주 정부 막대한 지원 없이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오히려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무기로 호주 정부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부터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까지 호주가 안고 있는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으면서 투자 협력 논의도 물밑에서 진행 중입니다. 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회장 측이 글로벌 우군 확보에 한 발 더 다가서면서 미래 사업 확장까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는 행보로 해석됩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기술과 정치 연구회’ 세미나에서 백순흠 고려아연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술과 정치 연구회’ 세미나에서 백순흠 고려아연 사장은 호주 정부의 투자 가능성에 대한 <뉴스토마토>의 질문에 “호주 정부가 그들이 가진 ‘숙제’를 풀기 위해 고려아연에 투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입장”이라며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호주 정부가 쓰러져 가는 회사들에 돈을 붓기보다 가능성 있는 회사(고려아연)의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한다”며 “우리 돈으로 하는 것은 수익성에 안 맞고 그들(호주 정부) 자금으로 하는 건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호주에는 니르스타, 트라피규라, 글렌코어 같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제련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호주 정부에 막대한 자금 지원을 신청해 둔 상태입니다. 반면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이자 친환경 아연 제련소인 선메탈(SMC·Sun Metals Corporation)은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공장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통상 외국계 제련소들은 업황이 악화되거나 적자가 발생하면 가동을 임시로 멈췄다가 시황이 개선되면 다시 여는 방식을 취하지만, SMC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스스로 수익이 나는 구조를 구축하며 중단 없이 가동을 이어왔습니다. 백 사장은 “(호주 정부에) 아직 손을 내밀어 본 적이 없다보니 오히려 왜 그쪽에서 우리한테 손을 벌리지 않냐고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건비와 물류비, 건설비 등 제반 사업 비용이 매우 높은 호주 환경에서 정부 지원 없이 독보적인 경영을 이어온 배경에는 온산제련소 기반의 기술력이 있습니다. 백 사장은 “(호주에) 잔존하는 폐기물이나 폐기물성 원료들을 온산으로 옮겨와 처리하는 일들을 해 왔다”며 “호주 정부가 어떤 정책을 잘하면 (호주에) 쌓여 있는 (폐기물) 것도 처리를 할 수가 있고 그 다음에 좀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호주 정부가 안고 있는 산업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적 차원의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4월1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니어스타USA 제련소에서 현지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호주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기조와 현지 정·재계의 전폭적 지지도 협력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호주 정부는 단순 광물 수출국 지위에서 탈피해 자국 내 제련 및 가공 역량을 키우려는 ‘미래 호주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중입니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호주 북퀸즐랜드 타운스빌 현지에서 열린 ‘2026 광산·제조업 포럼’에서 호주 정·재계 인사들은 고려아연처럼 기술력을 입증한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호주 제조업의 미래를 바꿀 전환점이 돼 줄 것이라며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윤범 회장이 호주 현지에서 입증한 경영 성과 역시 양국 협력의 탄탄한 신뢰 자본입니다. 최 회장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SMC 사장을 역임하며 만성 적자였던 제련소를 흑자로 탈바꿈시켰고, 2018년 타운스빌 아연제련소 인근에 125MW 규모의 호주 최대 산업용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해 아크에너지(Ark Energy)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기반을 닦았습니다. 
 
전 퀸즐랜드 주총리이자 스마트 에너지 협의회 국제 대사인 아나스타샤 팔라셰이는 경영권 분쟁 중인 지난해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을 통해 “최윤범 회장은 타운스빌 시민들, 퀸즐랜드 주정부와 굳건한 파트너십을 이어왔다”며 “현재 추진 중인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는 많은 것들이 걸려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번 인수 시도에서 상식이 통하길 바라며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최 회장의 리더십이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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