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투자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과 달리, 글로벌 AI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오픈AI가 투자 유치 목표를 낮춘 데다,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차입 부담도 늘면서 대규모 AI 투자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당장은 메모리 공급 부족과 장기공급계약(LTA)으로 호황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향후 AI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메모리 업황의 지속성을 좌우할 변수로 부상하는 상황입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2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데브데이 2026’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투자 유치 목표액을 당초 3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낮추고 목표 기업가치도 1조4000억달러에서 1조2500억달러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AI 과잉 투자 우려로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 약정 규모를 줄이면서 자금 확보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경쟁사 앤트로픽도 막대한 투자비가 부담입니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달러에 달했는데, 상당 부분은 전환증권 평가 등에 따른 비영업 손실로, 실제 영업손실은 6억9300만달러였습니다. 앤트로픽은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약 8개 기업과 600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배인 163억달러로 늘었지만, 컴퓨팅 인프라 비용도 89억달러에 달했습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 사업자인 코어위브의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AI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회사채 가격은 지난달 14일 액면가의 8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채권 수익률은 연 15%를 웃돌았습니다. 코어위브는 올해 GPU 구매와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350억~39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케닐워스에서 건설 중인 코어위브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총 18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데이터센터는 2027년 초 완전 가동된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올해 3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반도체 사업에서만 10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104조6155억원의 매출과 83조33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습니다.
양사는 장기공급계약을 바탕으로 당분간 메모리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7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물량이 사실상 완판됐으며, 주요 고객사 10곳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추가로 10곳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8일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 14곳과 장기공급계약을 맺어 2027~2028년 생산능력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LTA는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다는 방증이지만, AI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되거나 축소되면 엔비디아의 GPU 발주가 줄어들고, 여기에 탑재되는 HBM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AI 설비투자 규모는 약 2조9000억달러로, 절반가량이 외부 자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상승이나 금융시장 경색으로 투자비 조달이 어려워지면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고객사의 신용도가 악화할 경우 장기 공급계약 조건이 재협상될 가능성도 지적했습니다.
다만 자금조달 부담이 당장 AI 투자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영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와 달리 이들의 투자를 실질적으로 걱정해야 할 한계 시점은 분명 아니”라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면 AI 모델·서비스 개발 비중을 낮추고 클라우드 사업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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