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수술 ‘KISCO’ vs 동전주 굴레 ‘영흥’
KISCO그룹 계열 상장사들 주가 희비 엇갈려
한국철강 자진상폐하며 중복상장 해소 나서
대호특수강 동전주 전락·우선주 관리종목 위기
2026-11-03 14:13:40 ㅣ 2026-11-03 16:20:1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철강 업황 부진과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법 찾기에 나선 KISCO(한국철강)그룹 계열 상장사들이 정반대의 자본시장 전략을 택하며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주사인 KISCO홀딩스(001940)는 11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투입해 핵심 자회사 한국철강(104700)을 자진 상장폐지하는 중복상장 해소에 나섰지만, 형제 계열 축인 영흥(012160)과 대호특수강(021040)은 주식병합과 자본준비금 전입 등 기술적 재무 정비에도 불구하고 거래 절벽과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철강은 전날 23.78% 급등한 1만2910원에 거래되며 공개매수가(1만3000원) 턱밑까지 치솟았습니다. 모회사인 KISCO홀딩스 역시 정규장에서 17.58%나 오른 2만775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은 전장 급등한 수치에 차익실현 매물이 몰려 약세를 보이지만, 주요 공시 직후 모자회사가 나란히 동반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양사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전격적인 중복상장 해소 결단입니다. KISCO홀딩스는 전날부터 오는 23일까지 한국철강 잔여 유통 주식 전량인 859만2668주(발행주식총수의 23.57%)를 주당 1만3000원에 현금 공개매수합니다. 투입 자금만 최대 1117억원 규모입니다. 현재 KISCO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60.34%(2199만3925주)와 한국철강 자기주식 16.09%(586만3407주)를 제외한 외부 유통 물량 전체를 흡수해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상장폐지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시장에서는 KISCO홀딩스가 포괄적 주식교환(2027년 3월2일 예정)에 앞서 대규모 현금 공개매수를 병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양사가 결의한 주식교환 비율은 1 대 0.4261670(한국철강 1주당 KISCO홀딩스 0.4261670주)으로, 시가 기준으로 산정된 한국철강의 교환가액은 9951원에 불과합니다. 전방 건설 경기 침체로 한국철강이 지난 2분기까지 영업적자(2분기 -62억8000만원)를 지속하며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BPS 2만3544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KISCO홀딩스는 소액주주(지분율 18.92%)들이 헐값 주식교환에 반발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교환가액 대비 30.6%의 프리미엄을 얹은 1만3000원에 공개매수를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철강이 보유한 자사주 586만여 주를 무상 소각하고, KISCO홀딩스 역시 주식교환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기보유 자사주 소각과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기로 하면서 지주사 주주들의 이해관계까지 맞췄습니다.
 
반면 KISCO그룹 특수관계인 영흥과 그 자회사 대호특수강은 개별 상장 체제를 유지한 채 고전하고 있습니다. KISCO그룹은 고 장상돈 회장의 차남인 장세홍 회장이 지주사 KISCO홀딩스(지분 45.58%)와 한국철강을 이끌고, 3남인 장세일 회장이 선재·와이어로프 계열사인 영흥(지분 22.36%, 특수관계인 포함 32.70%)과 대호특수강을 맡는 구조입니다.
 
영흥은 올해 들어 기업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가능한 자본 기법을 총동원했습니다. 지난 5월 자기주식 2320만6855주를 소각해 자본금을 507억원에서 391억원으로 줄였고, 6월에는 보통주 5주를 1주로 합치는 액면병합을 단행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16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주식발행초과금 등 자본준비금 636억1786만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세금 부담 없이 주주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이른바 비과세 감액배당 재원을 확보한 것입니다.
 
실적 역시 지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전날 장중 영흥의 주가는 1778원으로 시가총액이 278억원에 불과하며, 장중 거래량은 2162주(거래대금 약 400만원)에 그쳤습니다. 주당순자산가치(BPS 9786원)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8배로,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 상태입니다. 이날도 영흥은 장중 4%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영흥이 지분 40.71%(특수관계인 포함)를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대호특수강의 사정은 더욱 급박합니다. 대호특수강은 2분기 영업흑자 전환했으나 금융원가 부담 탓에 당기순손실을 냈고,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369억원)가 자본금(564억원)을 밑도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대호특수강 보통주는 전날 장중 990원(시총 215억원, PBR 0.51배)에 머물며 거래대금이 100만원(633주) 수준이었습니다. 이날도 장중 2%대 약세입니다. 회사는 동전주 탈피를 위해 임시주총을 열고 보통주와 종류주를 2대 1로 합치는 주식병합을 추진하지만, 당장 우선주가 퇴출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대호특수강 우선주는 지난 10월30일까지 25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20억원 미달 상태를 기록해, 전날부터 5거래일 연속 시총 20억원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력을 갖춘 지주사(KISCO홀딩스)는 저평가된 자회사를 아예 증시에서 거둬들여 중복상장 할인을 없애고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며 “반면, 독자 상장 노선을 유지 중인 소형 계열사(영흥·대호특수강)는 주식 수를 줄이고 장부상 잉여금을 옮기는 기술적 처방에 나섰지만 유동성 가뭄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상장 유지 실익이 사라진 저PBR 소형주들에 대해 자진 상장폐지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시장의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