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핵심 R&D서 외부 AI 차단…기술유출 우려에 보안 강화
핵심기술 내부서…AI 활용 지속
삼성·SK·포스코도 외부 AI 제한
2026-11-04 11:14:43 ㅣ 2026-11-04 11:14:43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최근 국내외에서 보안 취약점을 악용한 인공지능(AI) 해킹이 잇따르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핵심 연구개발(R&D) 조직에서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소스코드와 설계 정보 등 핵심 기술이 외부 서버로 유출될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자체 AI 중심으로 활용 체계를 재정비하는 모습입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말부터 국가핵심기술을 다루는 일부 조직에서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딥시크와 큐원 등 중국계 AI 모델 역시 사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부 생성형 AI는 이용자가 입력한 질문이나 소스코드 등이 서비스 제공사의 서버로 전송되는 구조입니다. 연구원이 코드 검증이나 문서 작성 과정에서 미공개 설계 정보나 연구 데이터를 입력할 경우 외부에 정보가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자율주행과 수소 등 현대차그룹이 다루는 일부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보다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됩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가 안보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별도로 관리됩니다.
 
현대차가 AI 활용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닙니다. 외부 서버로 데이터가 전송되는 AI는 제한하는 대신 사내 인프라에서 구동되는 AI는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연구 데이터의 외부 반출 가능성을 차단하면서도 개발 현장의 AI 활용은 이어가겠다는 취지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전사적인 AI 전환(AX)을 적극 추진해 왔습니다. 2023년 도입한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챗’은 임직원의 70%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남양연구소의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시험·해석 자료를 통합 검색해 엔지니어의 자료 탐색 시간을 약 90% 줄였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지난 7월에는 정부 보안 기준을 준수하는 체계를 마련해 자율주행과 수소 등 국가핵심기술 분야까지 사내 생성형 AI 활용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지난 8월 AX 성과 발표회에서는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현대차그룹의 AI 활용 축소보다는 외부 AI와 내부 AI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하는 보안 강화 조치로 풀이됩니다. 생성형 AI를 개발 업무에 적극 활용하되 핵심 기술을 다루는 조직에서는 사내 통제가 가능한 AI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핵심 연구개발 영역에서 외부 생성형 AI보다 사내 통제가 가능한 AI 활용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입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는 소스코드와 주행·센서 데이터 등 민감한 연구 정보가 대량으로 오가는 분야인 만큼, AI 활용 확대와 함께 데이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관리 체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활용 범위를 넓히되 핵심 기술과 연구 데이터는 내부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AX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이 커진 셈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일부 직원이 반도체 관련 소스코드 등을 챗GPT에 입력한 사실이 알려진 뒤 사내 PC를 통한 외부 생성형 AI 사용을 제한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사내망에서 챗GPT 접속을 원칙적으로 막고 보안 검토를 거쳐 승인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포스코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서만 생성형 AI를 활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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