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보험업계의 불공정 영업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선 보험 판매 조직에 대한 관리·감독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소비자가 상품과 판매자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공시 체계를 개선하고,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 장치도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보험 모집질서 건전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보험 판매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보험 상품은 주계약과 특약, 면책 조항과 갱신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보장의 실질적 가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가입 시점에 상품 가치를 판단하거나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워 판매자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판매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보장 수요보다 신규 계약 실적과 판매수수료가 우선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계약 초기에 수수료 지급이 집중되는 선지급 방식은 기존 계약의 유지·관리보다 신규 계약 유치에 집중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특정 상품에 부여되는 높은 수수료 역시 판매자의 상품 추천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판매 기능이 보험사 밖으로 이동한 데 비해 판매 조직에 대한 관리·감독과 책임 체계는 충분히 정비되지 못했다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올해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33만3254명으로 전체 설계사의 58.5%를 차지합니다. 대형 GA 역시 2010년 22개에서 2025년 72개로 늘어났습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업 조직의 힘은 커진 반면 계약 유지와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은 뒤따라오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판매 인력의 잦은 이동도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설계사 13회차 정착률은 생명보험 46.7%, 손해보험 51.4% 수준입니다. 설계사의 잦은 이직으로 기존 고객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는 데다 신규 계약 유치에 따른 수수료 유인이 맞물리면서 '부당승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부당승환으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계약에 가입하면 소비자는 해약환급금 손실과 보험료 인상, 면책·감액 기간 재적용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뒤늦게 인지하고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피해 구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공시제도의 한계도 거론됐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상품을 직접 비교하려는 소비자의 54.8%가 정보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공시를 계속 추가하는 방식만으로 시장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보험연구원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판매자 정보 확인 제도에 대한 인지율은 40.2%, 불완전판매율 확인 경험은 25.8%에 그쳤습니다. 공시 정보가 제공되더라도 소비자가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면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판매수수료 체계 개선과 공시 실효성 제고, 판매 조직의 책임 강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남상욱 서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판매 채널의 역할과 책임을 강력히 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보험 모집을 잘못하면 GA 자격을 박탈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해 주는 게 진정한 제도 정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판매수수료 공시·분급과 상품 비교·설명 의무 등 관련 제도 개편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비교한 후보 상품에 소비자가 선택한 보험회사의 상품이 포함됐는지, 추천 사유와 기존 계약 대비 유불리 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을 사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공시는 이용자 관점에서 유용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소비자가 후보 상품의 보장과 보험료, 수수료 수준, 해지 시 손실, 판매자 성과 등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핵심은 공개된 자료가 실제 선택에 쓰이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GA 등 판매 조직의 규모와 영향력에 걸맞는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 교육과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청약 단계에서 보장 필요성뿐 아니라 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이나 기존 보장과의 중복 여부 등을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스스로 비교·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서는 판매자 전문성 강화 외에 소비자가 스스로 비교·선택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며 "공시 지표가 소비자 선택과 감독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보험 모집질서 건전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