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90조’ 내세운 KAI…당장 올해 목표도 ‘아슬’
4분기에 3분기의 2.3배 팔아야
누적 수주액, 연 계획의 21%뿐
2026-11-04 14:09:44 ㅣ 2026-11-04 14:23:23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10년간 매출 90조원을 벌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당장 올해 실적부터 목표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3분기까지 연초 매출 목표의 58%를 채우는 데 그쳐 남은 한 분기에 3분기 매출의 2.3배를 올려야 합니다. 과거 성장률은 경쟁사에 뒤처지고 신규 수주도 연간 목표의 21%에 머물렀습니다. 장밋빛 장기 비전을 뒷받침할 현재의 실적과 수주 기반이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입니다.
 
지난 9월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에서 KAI의 AI 고속제트무인기가 이륙 후 추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전날 올라온 KAI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잠정)실적 공시를 분석한 결과, KAI는 3분기까지 연간 매출 목표의 58%를 채우는 데 그쳤습니다. 연결 기준 1~3분기 누적 매출 3조3249억원을 연초 내건 별도 기준 매출 목표 5조7306억원에 견준 수치입니다. 목표를 채우려면 4분기에만 2조4057억원을 팔아야 하는데 3분기 매출 1조643억원의 2.3배입니다.
 
KAI도 연초 목표에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KAI는 전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 연간 매출 ‘5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연초 목표보다 7000억원 넘게 낮춘 숫자입니다. 연초 목표는 지난해 별도 매출보다 58.1% 많은 수준이었습니다. 5조원을 넘기는 데도 4분기에 1조6751억원, 3분기 매출의 1.6배가 필요합니다.
 
KAI는 지난해에도 연초 목표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매출은 목표 4조870억원의 90% 수준, 수주는 목표 8조4590억원의 76%에 그쳤습니다. 2025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매출 성장을 내걸었지만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1.7%였습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KAI 제출 자료에 따르면 KAI는 향후 10년간 매출을 약 90조원으로 추계했습니다. 올해 매출 5조7000억원부터 매년 약 1조원씩 늘려 2030년 10조4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10년간 90조원을 벌려면 해마다 평균 9조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지난해 연결 매출 3조6964억원의 2.4배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올해 분기 매출은 1조원대에 묶여 있습니다. 연결 기준 1분기 1조927억원, 2분기 1조1679억원에 이어 3분기에는 1조64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9% 줄었습니다. 90조원을 채우려면 분기마다 2조2500억원꼴을 팔아야 하는데 올해 평균 분기 매출 1조1083억원의 2배입니다.
 
김종출 KAI 사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감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분기 매출로만 보면 1년 전보다 51.6% 늘었지만 이익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은 15.9%로 1년 전보다 1.8%포인트 낮아졌고 판매비와 관리비는 641억원에서 899억원으로 40.3%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8.6%에서 7.5%로 떨어졌습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4%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과거 성장 궤적도 비전을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K방산 수출 호황이 이어진 2023~2025년 LIG D&A 매출은 86.6%, 현대로템(064350)은 62.8% 늘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도 한화오션(042660) 편입분을 빼고 64.5%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KAI 매출은 2023년 3조8193억원에서 2025년 3조6964억원으로 3.2% 줄었습니다. 미국 국방 전문지 디펜스뉴스가 지난 8월 발표한 ‘2026 세계 100대 방산기업’ 순위에서도 KAI는 74위로 1년 전 62위에서 12계단 밀려 국내 방산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수주 속도도 비전에 못 미칩니다. 3분기 말 수주잔고는 26조2855억원입니다. 10년간 90조원의 매출을 내려면 나머지 약 64조원어치를 앞으로 새로 따내야 해 해마다 평균 6조4000억원가량을 수주해야 합니다. 올해 1~3분기 신규 수주는 2조2100억원으로 한 해 필요한 몫의 3분의 1 남짓에 그쳤고 KAI가 연초 내건 수주 목표 10조4383억원의 21%에 머물렀습니다.
 
인도네시아 KF-21 16대 수출도 아직 계약 전입니다. 정부는 3월 상반기 중 계약을 예고했지만 KAI는 지금도 연내 체결을 목표로 협의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재정난을 이유로 개발 분담금을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깎은 전력이 있습니다.
 
KAI의 올해 매출을 5조1306억원으로 추정한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르온(소형무장헬기) 20대 순연으로 매출액에서 4000억~5000억원 미달이 예상된다”며 “KF-21 수출 관련 인도네시아 예산 승인과 차입금 이자 부담 등도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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