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김포 향산지구 도시개발사업은 2018년부터 현대건설이 단독 시공한 힐스테이트 리버시티가 착공에 들어가며 본격화했습니다. 겉보기엔 대기업 주도의 성공적인 개발로 비춰지지만, 이 사업의 시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묻습니다.
“처음부터 이 사업을 계획했던 Y종합건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1990년대 말부터 향산지구 도시개발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겼던 Y종합건설은 현재 파산했습니다. 하지만 Y종합건설의 대표였던 S씨는 여전히 이 사건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인감 날인 계약서’와 남겨진 의혹들
경기 김포시 향산지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Y종합건설은 향산지구 도시개발사업 초기 토지 확보, 인허가, 도로점용허가 등 전반적인 기반을 마련한 주체였습니다. 실제로 국토관리청에서 발급된 각종 허가증, 사업계획서, 계약서에는 Y종합건설의 이름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업 명의가 한시적으로 현대건설로 이전된 이후 모든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현대건설이 사업의 주체가 되면서 Y종합건설은 공식 문서와 사업에서 사라졌고, 끝내 법인도 파산하게 됩니다.
S씨는 “이건 단순한 사업 실패가 아니라, 계약 관계를 무시한 일방적인 배제”라며 분개합니다. 그는 현대건설이 한시적 명의 이전을 ‘단독 사업권 확보’로 해석해 결국 모든 권한을 독점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과정에는 현대건설 내부의 경영진 교체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이 나옵니다. 현대건설 내부 사정에 밝은 A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부임한 정수현 전 현대건설 사장 시절에는 Y종합건설 관련 협의가 어느정도 진전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박동욱 사장으로 바뀌면서 내부 기류가 달라졌어요. 그 시점부터 ‘이건 이제 우리 사업’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제보자 측은 사실상 무시되기 시작했습니다.”
S씨가 이 사건에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2023년 무렵부터였습니다. 그가 내세운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Y종합건설과 현대건설이 체결한 계약서에 날인된 인감이 진정한 문서인지 여부,
둘째, 사업시행자 명의가 현대건설로 넘어간 과정이 적법했는지 여부,
셋째, Y종합건설과 현대건설의 공동사업 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공동사업은 계약 체결 당시의 의사 합치와 실제 실행 여부로 판단하게 됩니다”라며 “형식적인 서류 외에도 양측이 공동으로 관여한 흔적이 있다면 법적 관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계약서에 인감이 날인되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진정한 문서로 인정되는 건 아닙니다. 위조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그에 맞는 객관적 증거나 정황이 확보돼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끝나지 않은 싸움
S씨는 지난 10월15일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국토관리청이 승인한 도로점용허가 승계가 위법했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직접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특히 현대건설이 부동산매매계약서에 자신의 인감을 무단 사용했고, 도로점용허가권 승계 과정에서도 본인의 동의 없이 서류가 제출됐다고 주장합니다.
S씨는 지난 10일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해 법원에 선임계를 제출하고 변론재개와 선고기일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9일 원고 기각으로 현대건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S씨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현대건설 전·현 대표이사와 소송대리인을 소송사기 미수와 사문서 위조죄로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마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현대건설 “이미 정산 마무리”…법원도 일관된 기각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S씨는 2000년대 초 정식으로 사업자 지위를 현대건설에 양도했고 그에 따른 정산도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이후 S씨는 토지 매입 용역사로서만 참여했을 뿐, 이후 진행된 도시개발사업과는 무관합니다.”
현대건설은 S씨가 주장하는 계약서의 위조 여부에 대해선 “법원이 해당 문서들이 ‘진의에 의한 처분문서’임을 반복적으로 인정했다”라며 앞서 지난 19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도 S씨가 패소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향산지구에서 진행된 후속 사업에 대해서도 “현대건설은 단순 시공사이며, 시행 주체는 김포 향산지구 도시개발조합”이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S씨는 “향산지구 개발로 인해 수익은 수천억원이 발생했지만 저에게 돌아온 것은 처음 용역계약금 조로 지급한 15억원뿐입니다“라며 “그렇게 많은 비용을 쓰고도 제가 정산 받은 것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김포시 향산지구 일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Y종합건설은 이미 법적으로 해산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S씨는 “법적으로는 졌지만, 기록으로라도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 세워진 아파트 단지. 그 뒤에 있었던 수십 년간의 갈등과 법적 다툼, 그리고 사라진 이름 하나. 향산지구 개발사업은 법정에서는 끝이 났지만, 누군가의 기억에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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